윤석열에 던진 101세 철학자의 조언 "편가르기 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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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 이번 만남은 윤 전 총장 퇴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김 교수는 특히 ‘상식’과 ‘정의’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김 명예교수의 자택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윤 전 총장이 “찾아뵙겠다”고 먼저 연락하고 김 명예교수가 흔쾌히 수락해 성사됐다.

윤 전 총장은 평소 김 명예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 등을 읽고 공감하고, 김 명예교수를 존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와 김 명예교수 간 친분도 있어 양측 대화는 안부와 건강에서 시작해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과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이 자리에서 윤 총장에게 “흔히 야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인재는 여당에도 없다. 중요한 건 유능한 인재 한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또 “이 정부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짐작이 안 되는 점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며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게 상식이다. 국가를 위해 판단하면 개혁이 되지만 정권을 위해 판단하면 개악이 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별다른 일정 없이 칩거하던 윤 총장이 김 명예교수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설 시기가 언제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큰 의미를 두고 만난 게 아니다”라며 “요즘 주변에서 만나 달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액션을 취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윤 전 총장은) 다 거절하고 칩거하던 차에 어른에게는 퇴임했으니 인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해서 인사하고 덕담도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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