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 투기 땐, 전체 임직원 성과급 안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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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같은 일탈이 있을 경우 해당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원 개인의 비위더라도 기관 전체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정부, LH 사태 재발 방지대책 #윤리경영·공공성 배점 높이기로 #기관장은 감독 부실로 잘릴 수도

21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 내에서 검토하고 있다.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LH 사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일탈 행위이지만 중대한 일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관에도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윤리경영·공공성 배점을 높이는 방안부터 검토 중이다. 특히 LH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윤리경영 부문 배점(100점 만점에 3점)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LH의 경우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당시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배점이 낮은 덕분에 종합등급은 최고등급(A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또 중대 일탈 행위가 일어났을 경우 더 많은 지표에서 경영평가 점수를 깎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례로 LH 같은 비위 행위가 발생했다면 윤리경영 부문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기관장의 리더십 점수도 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은 최악의 경우 해당 기관장이 해임될 수 있다.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성과급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공공기관도 있는 만큼 성과급 삭감은 경제적 타격이 크다.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빚은 LH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진행한 2019년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한 성과급 역시 환수당할 위기다. LH 임직원은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2017년 708만원, 2018년 894만원, 2019년 992만원을 받았다.

기재부는 지난해(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진행 중이다. 6월 20일까지 경영평가를 한 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종합등급을 매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H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면 경영 평가상 더 큰 불이익이 가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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