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다 퇴근했는데···'블라인드' 2㎞ 앞서 압색 허탕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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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에서 땅 투기 의혹 관련 2차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에서 땅 투기 의혹 관련 2차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 조롱글을 올린 것과 관련,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작성자를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 블라인드 운영사 한국 사무실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아내면서 허탕을 치는 촌극이 발생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오후부터 경남 진주 소재 LH 본사와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팀블라인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는 관계로 이메일을 통해 영장을 집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블라인드에 게시된 LH 직원 추정 글. 인터넷 캡처

블라인드에 게시된 LH 직원 추정 글. 인터넷 캡처

블라인드에는 지난 9일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LH직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의 주장을 펴 공분을 샀다. LH는 14일 해당 게시물과 관련해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신용훼손, 모욕 등의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 '허탕'치는 동안…2㎞ 근처 사무실서 멀쩡히 근무 중

경찰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팀블라인드 한국 사무소 현장방문에도 나섰지만 위치 확인에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지사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로 표기된 주소를 확인하고 사무실이 현존하는지 확인하고자 현장을 찾았다"면서 "확인 결과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허탕을 치는 동안 2km 떨어진 실제 한국 사무실에서는 멀쩡히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경찰은 이를 뒤늦게 알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실제 팀블라인드의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이미 직원들은 퇴근한 이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 다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블라인드 운영사 측은 익명 앱의 특성상, IP주소를 포함해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시스템 내부에 저장하지 않아서 경찰에 전달할 정보가 많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은 해당 직원이 블라인드에 가입시, 회사 이메일로 주고받은 가입 인증코드 요청 등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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