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北 자극 입단속령···범죄조직 빗댄 법무부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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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 검토가 끝날때까지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백악관 NSC 고위 당국자 회의에서 #北 자극 않기 위해 '톤 다운' 어조 결정 #법무부, 北 해킹범 "은행강도" 묘사하자 #백악관 발끈·항의…"독립 수사하라면서…"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을 향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백악관이 "논평하지 않겠다"며 대응을 자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NBC에 따르면 지난달 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주재한 고위 당국자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는 부드러운 톤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 관리는 "북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이지 정해지기 전까지는 파고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료들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 도발을 일삼아 온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아직 조용한 것에 빗대어 '톤 다운' 전략을 한 마디로 "배를 흔들지 마라"고 표현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월 17일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왼쪽부터 박진혁, 전창혁, 김일.[연합뉴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월 17일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왼쪽부터 박진혁, 전창혁, 김일.[연합뉴스]

이같은 방침이 정해진 직후인 지난 2울 17일 법무부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금융 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북한을 "세계 최고 은행 강도" "국기를든 범죄 조직"으로 묘사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백악관 관리들이 발끈(bristle)했다고 NBC는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단어 선택이 영 마땅치 않다"면서 법무부에 항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할 때 쓰기로 했던 톤 다운된 어조가 아니며, 북한으로부터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야기했다는 취지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인들의 기소를 발표하면서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은행 강도"라고 말했다. 당시 보도자료는 백악관과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고 익명 소식통은 전했다.

NBC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에서는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담당할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고 꼬집었다. 또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북핵 위협에 맞서는 게 최선일지, 아니면 방치해야 할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처간 긴장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 담당 참모들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아직 북한이 도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다른 부처들은 입장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정책 검토 보고서는 4월이나 5월초 이전에는 완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NBC는 전했다. 지난주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대행은 "몇 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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