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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은 안철수, 서남은 오세훈…단일화, 강남 잡아야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을 봤을 때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동고서저(東高西低)’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포함된 동쪽 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지만 이른바 ‘금관구’로 불리는 금천·관악·구로구가 포함된 서쪽 지역은 지지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얻은 의석은 전체 49석 중 8석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강남 3구를 빼면 1석(용산)만 남는다. 보수 정당이 궤멸적 패배를 당했을 때도 유일하게 표를 던져준 곳이 강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그러한 전통적 지형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 3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 지역에서 오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동남권만 보면 ‘안철수>오세훈’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 14일 발표된 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4.5%, 30.5%였다. 같은 날 SBS가 공개한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33.5%, 38.2%였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의 수치였지만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동남권을 따로 떼어서 보면 조금 다른 수치가 나왔다.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동남권의 경우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3.1%와 35%였다.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비슷한 질문에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38.1%와 43.8%였다. 안 후보가 동남권에서는 줄곧 오 후보를 이기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KBS가 지난 11일 공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누가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남권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3.9%와 42.9%를 얻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 14일 발표된 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경쟁력 조사를 권역별로 봤을 때 오세훈 후보는 서남권에서, 안철수 후보는 동남권에서 각각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TV조선 뉴스 화면 캡처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 14일 발표된 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경쟁력 조사를 권역별로 봤을 때 오세훈 후보는 서남권에서, 안철수 후보는 동남권에서 각각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TV조선 뉴스 화면 캡처

동남권과 달리 서남권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이다. 목동이 속한 양천구의 경우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여오긴 했지만 최근 선거에서 서남권은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주다시피 했다. 그런데 야권 단일화 경쟁 국면에서는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서남권만 보면 ‘오세훈>안철수’ 많아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서남권의 경우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6.8%와 28.8%를 얻었다. 한국리서치의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누가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서남권의 경우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42.7%와 36.2%를 기록했다. 반면 넥스트리서치의 경쟁력 조사에선 서남권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38.1%와 43.8%를 보였다. 서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칸타코리아 조사는 ‘오세훈(34.5%) 〉 안철수(30.5%)’, 넥스트리서치 조사는 ‘오세훈(33.5%) 〈 안철수(38.2%)’였고, 한국리서치 조사는 사실상 ‘오세훈(38.4%) = 안철수(38.3%)’의 양상이었다. 결국 오 후보가 서울 전체적으로 지지세가 높은 조사에서는 서남권에서도 더 강세를 보인 셈이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통계적인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서울을 네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내놓은 수치이기 때문에 분석적으로 보는 데는 제한이 있다”며 “참고자료로만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여론조사 표본의 크기가 대개 1000명이나 800명이기 때문에 그걸 권역별로 나눠서 보면 오차가 커져서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동남권은 전통적으로 야권에 표를 몰아준 지역이고, 2011년 무상급식 투표 때는 오세훈 당시 시장에 가장 많이 힘을 실어준 곳”이라며 “부동산 문제에 가장 민감하고 반(反)문재인 정서도 강한 곳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세가 더 높다는 건 아직까지 반문 진영에서 안 후보의 상징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른바 ‘강남 좌파’로 불리는 진보 성향의 동남권 유권자가 국민의힘 후보보다는 중도 성향이 더 강한 안 후보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세훈 후보 측 인사는 “강남의 경우 2010년 선거 때도 당시 오 후보에게 많은 표를 줬던 곳”이라며 “그러나 서울 르네상스 사업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남 재건축 등에서는 손해를 봤다고 여겨 아직까지 배신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서남권의 경우 오세훈 시장 시절 강서구 마곡지구, 구로구와 금천구의 G밸리 등을 개발시켰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서남권 공약도 따로 내놨다”고 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측 인사는 “본선에서 제한적 확장성이 있는 오 후보보다 포괄적 확장성이 있는 안 후보에게 동남권 유권자들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서남권에서 오 후보가 앞서는 건 여권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남권의 선택이 단일화 승부에 중요한 영향” 

17일과 18일 예정된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는 결국 동남권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전통적 보수층이 많은 동남권에서 제1야당 후보인 오 후보를 선택할지, 아니면 대선 국면의 확장성까지 고려해 안 후보를 선택할지에 따라 단일화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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