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월세전전, LH는 투기전전" 분노한 청년들 촛불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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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전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분노에도 불이 붙었다. 15일엔 2030 세대들이 촛불을 들고 이런 구호를 외쳤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촛불 든 2030 “난 집 없어”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강남구 LH서울본부 앞에서는 LH 사태 관련 촛불집회가 열렸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2030을 중심으로 집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는 2030 중심의 시민단체인 한국청년연대와 청년하다 등의 주도로 개최됐다. 이들 단체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국청년연대가 'LH 사태'와 관련해 15일부터 하루 동안 온라인으로 받은 청년들의 메시지 중 일부를 포스트잇 형태로 표현했다. [한국청년연대 제공]

한국청년연대가 'LH 사태'와 관련해 15일부터 하루 동안 온라인으로 받은 청년들의 메시지 중 일부를 포스트잇 형태로 표현했다. [한국청년연대 제공]

청년연대 등은 전날부터 온라인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코로나19로 9명까지만 집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백여명의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보낸 메시지 중 일부를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나도 집 없어서 죽을 거 같아요”, “나도 내 집 사고 싶다. 대출도 다 막혔는데 니들은 뭔데 투기를 하냐”, “나쁘게 살면 부자되는 세상을 너희들이 만들었다” 등의 메시지가 온라인으로 접수됐다.

“공정 무너져…벼락거지 됐다”

집회를 공동 주최한 단체인 청년하다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 단체다. 이날 촛불을 든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는 “LH 사태는 단순히 내부 비리와 부패가 아니라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며 “월세 문제로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의 현실과 연결 돼 있다고 봐 참여했다”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식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는 “우리 청년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력이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몇 년 전 촛불을 들었던 세대로서 공정한 사회를 바랐지 지금은 공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공정이니, 정의니 하는 거창한 말로 청년들을 희망고문 하더니 결국 부동산공화국과 벼락거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전국서 청년 1인시위, 청년단체 성명

‘벼락거지’와 같은 신조어로 자조하던 청년 세대의 분노가 LH 사태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충북 청주에선 청주청년회가 LH충북지역본부 앞에서 ‘LH 땅투기 전수조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청주청년회는 지난 12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들의 투기 행위는 사회 전반에 뿌리 깊에 박힌 불평등과 불공정에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LH 충북지역본부 정문 앞에서 청주청년회가 LH 땅 투기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LH 충북지역본부 정문 앞에서 청주청년회가 LH 땅 투기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한국대학생포럼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정권은 공정을 들먹이면서 부정을 저지른다”며 “남 탓으로 시종일관 정책 기조를 정하고 정치 생명을 유지했던 정부를 강하게 질타한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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