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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깨지는데도…"LH는 검찰 탓"이라는 여권의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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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7.21 법무부(당시 추미애 장관)는 검찰에 기획부동산, 불법부동산 중개행위, 농지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행위 등을 단속·수사하고 범죄수익까지 철저히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14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

4·7 재·보궐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LH 사태로 인한 여권의 중도층의 이탈세가 심상치 않지만 두 전직 법무부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검찰 탓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3월 2주차)에서 중도 성향 응답자의 57%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36%였다. 중도층의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주 연속(53%→56%→57%) 늘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한 이유 1위는 부동산 정책(31%)이었다. 지난주에 비해 12%포인트가 늘었다. “LH 땅 투기”(3%)란 응답도 새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도 눈에 띄게 줄었다. 2월 4주차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3%였는데, 3월 초 LH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을 거치면서, 3월 2주차엔 31%로 12%포인트가 사라졌다.

중도층 깨져도 조국·추미애 “LH 사태는 검찰 탓”

지난 11일 조 전 장관이 “LH 직원 부동산투기 사건을 빌미로 검찰은 '경찰이 수사 망치면 수사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겠다'라고 희망할 것이 아니라, 경찰의 수사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추 전 장관을 언급하자 추 전 장관은 격하게 호응했다. 그는 14일 페이스북에 “검찰공화국은 부패공화국과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야당은 LH 사건으로 민심을 흔들고 검찰에 힘싣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남겼다.

지난 5일 친문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에 출연한 추 전 장관은 “당해보니 알겠더라. 얼마나 저분(조 전 장관)이 힘들었을지. 그리고 온 가족이 장하다고 생각한다”며 조 전 장관과의 깊은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선 주자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차기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도 LH 사태를 '검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선대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과 거의 같은 말을 올렸다. “작년 7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를 우리가 지금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추 전 장관은 “수고많으셨다”는 답글을 남겼다. 홍 의원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갖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같은 것도 하나 못 잡아내고 정치만 하다 나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지난 9일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퇴임 강연회에 참석한 홍영표 의원. 사진 홍영표 의원 페이스북

지난 9일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퇴임 강연회에 참석한 홍영표 의원. 사진 홍영표 의원 페이스북

“중도층 이탈 가속” 우려 VS “집토끼라도 잡아야”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론조사업체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여당이 그동안 대선·총선·지선 모두 지지층 집결로 이겼기 때문에 학습된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과거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는 중도층을 포함한 40%대 지지율이 있었다”면서 “중도층이 이탈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온 지금 적폐몰이로 우리 지지층만 결집해서 돌파하겠다는 전략은 이번 선거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아무리 국민 다수의 정서와 멀어져도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은 극성 친문 지지층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장면들”이라며 “그럴수록 재·보선 전망은 어두워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중도층 이탈을 알고도 전통적인 지지층 결속에 적극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LH 사태를 무겁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책임을 검찰·적폐 등으로 돌려 집토끼라도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야권 단일화가 깨져 3파전이 되면 집토끼만 단단히 잡아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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