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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청년취업 5.3% 감소…인문계·중하위권대 임금손실 더 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열린 '2020 덕수고 동문 기업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열린 '2020 덕수고 동문 기업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직된 고용시장이 청년층의 취업률은 물론 사회초년생의 임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취업자가 중·하위권 대학을 졸업했거나, 인문계를 전공했을 때 임금손실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5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실린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청년층(만 15~29세) 취업자 수는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는 2.4%로 청년층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눈을 낮춰 취업하는 ‘하향 취업’이나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해 12월 학업이나 구직 활동을 포기했다고 응답한 청년층은 같은 해 2월보다 2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졸자나 학사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판매직이나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같은 기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자 청년들이 몰린 곳은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일자리였다. 지난해 12월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한다고 응답한 청년층도 같은 해 2월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고용 악화되면 이미 취업한 이들의 임금도 손실

지난해 1월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1월 안산 919 취업광장'행사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1월 안산 919 취업광장'행사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시장 악화는 이미 취업 문턱을 넘은 청년층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한국노동패널의 22년간(1998~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업률이 오를 경우 취직에 성공한 청년층의 임금도 삭감되는 현상을 나타났다. 고용시장이 좋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신규 대졸자가 졸업한 연도의 실업률이 1%포인트가 증가하면 그 해의 1~2년 차 취업자의 연간 임금은 4.3%가 감소했다. 예컨대 초봉 3600만원의 신입사원의 경우 평소보다 받을 임금보다 154만원가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들의 3~4년 차의 임금도 2.3%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업률이 높을 때 신규 취업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취업 준비생들이 목표하는 직장보다 눈을 낮춰 취직하는 '하향 취업'이 늘거나, 취업 준비와 시간제 근로를 병행하는 ‘비효율적 구직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하거나 뒤늦게 취직하면서 업무 기술 축적의 기회를 상실하고, 같은 나이 또래보다 승진 기회도 줄어드는 현상도 생기게 된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고용시장이 좋았을 때 충분히 입사가 가능했을 대졸자들이 불경기로 인해 입사에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들이 목표로 하는 기업보다 하향지원하거나 입사가 늦어지면서 그만큼 임금 손실이 발생하고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벌 나쁘거나 인문계 전공하면 임금손실 ↑

실업률에 따른 대학별 취직자의 임금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업률에 따른 대학별 취직자의 임금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용상황에 따른 임금 손실은 학벌과 전공에 따라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상위권 대학(4년제 대학 중 중앙일보 대학평가 상위 30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그해의 실업률이 1%포인트 늘어도 실질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 반면 중·하위권 대학(중앙일보 대학평가 상위 30개 대학을 제외한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2년제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취업 3~4년 차까지 2~5%의 임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공계보다 인문계 졸업자의 임금 손실 폭이 더 컸다. 졸업하는 해의 실업률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인문계 전공 졸업자는 입사 후 5~6년까지 2~6% 임금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이공계 졸업자는 1~2년 차까지만 5%의 임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약·사범계열의 경우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대기업 취업 가능성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하는 해의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대졸자의 대기업 취업 가능성은 1~2년 차에 2.5%포인트가 낮아졌고, 3~4년 차에 2.3%포인트 감소했다.

오 차장은 “고용시장이 나빠져 하향 취업하거나 입사가 미뤄질 경우 임금 손실이 발생하거나, 승진 기회가 줄어드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청년층 고용대책이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주안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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