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관상동맥 막혀도 HDL 콜레스테롤 기능 좋으면 혈관 생성 잘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기능이 좋은 사람은 심장 혈관인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도 새로운 혈관이 잘 생성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중의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동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 벽에 침착돼 쌓인 플라크의 생성을 저하해 동맥경화나 심장 질환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병원리포트-연세대 의대 이상학 교수팀 #HDL 기능 활발할 때 새 혈관 양호 #심장 혈관 보호 도울 가능성 시사 #인체 샘플에서 증명한 최초 사례

 그동안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미래의 심혈관 위험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외국 연구를 중심으로 HDL 콜레스테롤 수치나 관련 유전자,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약제 사용 등이 심혈관 위험도와 유의한 관련성이 없다는 보고가 나왔다. 최근 연구에선 단순한 수치보다 HDL이 혈관 세포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유출하는 기능(콜레스테롤 유출능)과 유출된 콜레스테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콜레스테롤 역수송)이 활발하면 심혈관 위험도가 낮다는 사실이 새롭게 보고되는 추세다.

관상동맥 기능 상실한 226명 대상 연구

연세대 의대 이상학 교수팀은 심혈관 질환자에게서 HDL 콜레스테롤 기능이 새로운 혈관 발달 정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방문한 환자 중 관상동맥이 만성적으로 완전히 막힌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HDL의 기능인 콜레스테롤 유출능을 측정하고, 이 기능이 새로운 혈관 발달 정도와 관련이 있는지 살폈다. 연구는 새로운 혈관이 잘 생성된 환자군과 새 혈관 생성이 없거나 빈약하게 생성된 환자군으로 나눠 HDL 콜레스테롤 기능의 차이를 비교했다. 또한 통계학적으로 다른 임상적 특성을 보정해도 관련성이 유지되는지, 새 혈관 생성에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결과, 새로운 혈관이 잘 생성된 환자군은 HDL 콜레스테롤의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인 콜레스테롤 유출능이 22%로 대조군(20.2%)보다 높았다. 혼란변수를 보정한 분석에선 나이가 젊을수록, HDL의 기능이 좋을수록 새로운 혈관이 잘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대해 이상학 교수는 “HDL의 기능이 활발한 환자에게서 새 혈관 상태가 좋다는 것은 HDL 콜레스테롤이 새 혈관 형성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심장 혈관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HDL 콜레스테롤의 특정 기능이 체내 작용을 거쳐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특히 세포나 동물 연구를 넘어 처음으로 인체 샘플에서 증명해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초 미국심장협회(AHA) 공식 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게재됐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