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이직해" 조롱한 LH직원 찾나…경찰 "죄명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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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LH 서울지역본부. 뉴스1

서울 LH 서울지역본부. 뉴스1

신도시 투기 의혹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최근 수사기관과 국민을 조롱하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해당 글 작성자들 수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직자에게 맞는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해 경찰이 검토에 나선 것이다.

특수본 고위관계자는 12일 기자들을 만나 ‘LH직원 중 조롱하는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죄명과 신분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경찰청 내) 사이버범죄수사과에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H 의혹이 불거진 후 대중적 분노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부 LH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경찰 등 수사기관과 국민을 조롱하고 비웃는 듯한 글을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이용자 본인이 다니는 직장의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접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블라인드에 게시된 LH 직원 추정 글. 인터넷 캡처

블라인드에 게시된 LH 직원 추정 글. 인터넷 캡처

이 작성자는 “어차피 한 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이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털어봐야 다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너희가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을 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고 적었다.

다른 작성자는 블라인드에 “왜 우리한테만 XX하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국회의원이 해쳐먹은 게 우리 회사 꼰대들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를 요구해 투기하는 걸 몇 번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LH 땅투기 의혹 등’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LH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조롱글에 대한 불쾌함을 내비쳤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공기업 직원은) 공직자에 준하는 신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윤리 강령상 문제 여부를 밝히기 위해 작성자가 누군지 조사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확인이 됐다.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온당치 않은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묻고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들의 품격을 손상시키고국민들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행태는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며 “가능한 방법으로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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