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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현 이사회 경영진 견제 실패”…주총 앞두고 삼촌 공격

중앙일보

입력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뉴스1]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뉴스1]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확보를 노리는 박철완(43) 상무가 삼촌 박찬구(73) 회장을 겨냥해 장외 공격에 나섰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금호리조트 인수 계약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이라고 볼 수 없는 결정”이라며 현 경영진을 정면 비판했다.

박 상무는 11일 오전 ‘금호석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제시한 주주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비운의 오너 일가도,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니다. 저는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 주주인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화의 도약을 이끌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을 요구하며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석유화학 기업인 금호석화의 사업 분야와 어떤 연관성도 없고 시너지도 발생할 수 없는데다 경쟁자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으로 인수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금호석화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 대해서는 “호실적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뛰어난 성과에도 주주가치가 저평가됐다”며 “현재 20% 수준인 배당 성향은 경쟁업체는커녕 코스피 평균에도 밑돌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라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지분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호석유화학지분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 상무는 “현 이사회는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고 지배 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데 실패했다”며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 상무가 금호석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지사 대표와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가 함께 참석했다. 이 대표는 “선진적이고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견제와 감시가 중요하다”며 박 상무를 지원사격했다.

박 상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경우 3M에서 이직한 전문경영인”이라며 “이런 분들을 모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선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주주제안에 대해 “10년간 해외영업 상무로 재직하며 영업 일선에서 보고 들은 회사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녹아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시가 총액 2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조직구성원과 최대주주로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금호석화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에 진출해 2024년 매출 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당도 전년 대비 180% 수준으로 확대해 보통주는 주당 4200원(대주주 40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을 제시했다. 앞서 박 상무는 주당 1만1000원(우선주 1만1050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노동조합 역시 사측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전날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금호석유화학 3개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박 상무가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있다”며 “회사를 위기로 몰아가는 박 상무에 대해 노조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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