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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조카 손 들어준 법원…노조는 "조카의 사욕" 비판

중앙일보

입력

금호석유화학 여수 공장. 사진 금호석화 홈페이지

금호석유화학 여수 공장. 사진 금호석화 홈페이지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 조카인 박철완(43) 상무가 반격 기회를 얻었다. 박 상무가 제안한 배당 확대 요구가 이사회에서는 거부됐지만 법원이 10일 “박 상무의 배당 제안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승승장구 중인데 박 상무가 개인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현 경영진인 박찬구(73) 회장 편을 들고 나섰다.

박 상무는 현재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기업과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이사회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의 빈자리를 본인 측근들로 채우라고 요구했다. 외국계 로펌 ‘덴튼스 리’ 의 민준기 미국 변호사와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등이다. 사내이사 자리엔 박 상무 본인이 도전하기로 했다.

박 상무는 이를 통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부터 백지화 시키기로 했다. 그는 금호리조트가 석유화학 업종과 연관성이 없고 부채비율이 400%에 이른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와 같은 부적절한 투자 의사결정, 현 경영진의 과거 배임 행위 등으로 인한 주주가치 리스크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카, 배당 확대로 공략

금호석화의 박 회장 측 지분율은 14.87%다. 박 상무 측은 10.12%다. 이에 배당 확대안 등을 제시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게 박 상무의 계획이다. 박 상무는 주당 1만1000원씩 배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중앙포토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중앙포토

그런데 법원은 10일 “박 상무에게 제안 상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박 상무의 제안은 최초 안건(4200원 배당안)을 일부 보완한 것에 그친다”며 “상법상 요건을 충족한 이상 박 상무에게도 요구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26일 주총에 모인 주주들은 주당 배당금 4200원 대 1만1000원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삼촌 “신사업 이익 확대”  

배당금 제안액이 적은 박찬구 회장 측은 장기적인 비전을 강조한다. 배터리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새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5년 매출 9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금호석화의 2020년 매출액은 4조8000억원이다.

4200원의 배당도 파격적이라는 게 현 경영진의 입장이다. 전년도(1500원)에 비해 두배 넘게 오른 금액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 등 대주주는 주당 4000원의 배당을 받기로 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읽었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을 내세웠다. 이밖에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내부. 사진 금호석화 홈페이지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내부. 사진 금호석화 홈페이지

박 회장 측이 주총에서 강조할 최대 무기는 경영 성과다. 지난해 금호석화의 영업이익은 7421억원으로 2019년(3654억원)에 비해 두배 넘게(103.1%) 늘었다. 또 업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장기적 이익 창출에 대한 의지가 박 상무 측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노동조합도 박 회장 편에 섰다. 이날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금호석유화학 3개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있다”며 “회사를 위기로 몰아가는 박 상무에 대해 노조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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