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파이어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달 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파이어족’을 주제로 2030 직장인 707명을 설문조사했다. ‘본인이 파이어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4명 중 1명꼴인 27.4%가 ‘그렇다’고 답했다.

파이어(FIRE)는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 조기 은퇴를 목표로 20대부터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부모 세대가 은퇴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고학력·고소득 계층의 밀레니얼 세대가 고안한 미래 설계도 중 하나다.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은 한 달 수입의 70%까지 저축하며 소비를 극단적으로 억제하는 삶을 특징으로 한다. 사진 중앙포토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은 한 달 수입의 70%까지 저축하며 소비를 극단적으로 억제하는 삶을 특징으로 한다. 사진 중앙포토

60세 정년까지 직장에 붙어 있기 위해 아래위로 눈치 보지 않고, 40대에 자발적 은퇴를 선택해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40대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려면 최소한의 지출로 허리띠를 조여 매지 않으면 안 된다.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파이어족의 삶은 수입의 70%까지 저축하며 극단적으로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같아선 저축만 믿고 있을 수도 없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 ‘동학개미’가 출현하고, 다양한 방식의 재테크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 저렴한 집을 구하고, 중고차를 몰고, 쇼핑 전에 꼭 필요한가 다시 한번 따져보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고 저축하는 삶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현재의 즐거움과 행복까지 포기하면서 불확실한 투자에만 목매고 있다면 삶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