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범죄수익환수 강조했는데…"검찰은 LH 손 못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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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관련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서 “투기로 인한 범죄수익은 끝까지 파헤쳐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9일 ‘부동산 투기 수사전담팀’이 설치된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아 “검찰이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해야 할 큰일 중 하나가 범죄수익 환수”라며 “불로소득을 철저히, 끝까지 환수해 국민적 공분에 잘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하는 본 수사에 범죄수익 환수 수사가 병행돼야 훗날 철저한 환수가 가능한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환수 수사조차 불가능한 건 알고 있는지 의문”(현직 검사)이란 반응이 나온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선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법상 최종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종결될 때까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 왼쪽)와 김창룡 경찰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 왼쪽)와 김창룡 경찰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법 시행령은 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분류된 중대범죄 중 일부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로 발생한 범죄수익 환수 수사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LH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 바깥이라 검찰은 직접수사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정 총리와 박 장관이 검찰에 강조한 범죄수익 환수 역시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뒤에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범죄수익 환수 업무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범죄수익이 생기면 전부 차명으로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차명계좌는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되지 않고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부동산 거래 과정의 범죄수익 부분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경우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만 따로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범죄수익 은닉 정황을 새롭게 발견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순 있겠지만, 그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데다가 그때 가서 피의자들의 은닉 행위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범죄수익 입증을 위한 증거를 충분히 수집해 검찰로 송치하면 문제는 없다. 이를 위해 검·경은 별도 협의체(대검 형사부장-국수본 수사국장)를 구성해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교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포함한 수사의 방향 등을 경찰에 조언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터라 강제력은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 공문을 보내 협조 요청을 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안에서는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검찰의 주요수사 활동으로 규정하는 범죄수익 환수의 경우 수사개시 범위를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본인의 재산으로 범죄수익이 입증될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차명 재산인 경우 즉각 수사해 낼 필요가 있는데 그마저도 수사권 조정으로 제한되니 더욱 숨겨진 범죄수익을 찾아내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시행령을 바꿔서 범죄수익 환수만이라도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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