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앵커리지 회담' 추진…블링컨·양제츠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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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0월 8일 양제츠(오른쪽) 중국 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이 당시 미국 국무부차관이던 앤서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10월 8일 양제츠(오른쪽) 중국 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이 당시 미국 국무부차관이던 앤서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들이 알래스카에서 대면 회담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 "中 양제츠·왕이 '투 톱' 참석" #바이든 취임 뒤 첫 고위급 대면회담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두 명이 동시에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국 고위급 외교관과 만나 미·중 관계의 재정립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제츠는 중국 외교의 사실상 책임자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역할을 맡아 주요국을 방문해왔다. 소식통은 양제츠와 왕이는 모두 시진핑 주석이 신임하는 인물이라며 중국이 미·중 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나설 전망이다.

회담 예정 장소도 주목된다. SCMP는 구체적인 장소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중 양국은 지난해 6월 17일 중간 지점인 하와이에서 양제츠 주임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동한 적이 있다. 류웨이둥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 문제 전문가는 “알래스카는 미국 영토지만,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대략 같은 거리에 있는 지점”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회담이 중립지대에서 진행됐다는 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 이후 첫 양국 최고위급 대면 회담이 된다. 그간 양측은 관계 재설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중국은 회담 추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양측이 접촉할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단 현재 확실히 발표할 소식은 없다”며 회담 협의에 진통이 있음을 시사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대만·신장·홍콩·티베트 등 문제는 모두 중국 내정으로 근거 없는 비난이나 먹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핵심이익의 침범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6일 양제츠 주임도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첫 통화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통화 후 양국 발표에 따르면 양제츠 주임은 “현재 미·중 관계는 중요한 시기에 처했다”면서 "중국과 함께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존중, 협력 공영의 정신으로 협력하고 갈등을 관리하면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이끌어가자”고 말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동맹국과 공동 노력해 공통의 가치관과 이익을 수호하겠다”며 “중국은 대만 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국제 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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