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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외국 어린이 한국서 첫 골수이식

중앙일보

입력

최근 아시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백혈병을 앓고 있는 베트남 어린이가 골수이식을 받기 위해 21일 한국에 왔다.

국내의 경우 백혈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골수이식이 이미 보편화됐지만 교포를 제외하고 외국인이 자비를 들여 골수이식을 위해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베트남 국립동물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구엔킴린(37)씨의 아들 구엔베트흥(8)군.

구엔베트흥 군은 지난 2003년 6월 베트남 하노이 국립 소아병원에서 백혈병으로 처음 진단돼 치료를 받은 뒤 병세가 호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갑자기 두통과 구토증세를 호소해 다시 병원에 입원, 검사한 결과 뇌에서 백혈병이 재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구엔베트흥 군의 아버지 구엔킴린씨는 만사를 제쳐놓고 아들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골수이식' 뿐이라는 말을 듣고 구엔킴린씨는 여러 나라의 병원을 통해 아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골수를 찾았지만 조직이 맞이 않아 모두 헛수고였다.

하지만 이때 서울대 한국학과로 유학을 온 처제 하민타잉(26)씨로부터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한국의 인하대병원에서 자가 골수이식을 통해 구엔베트흥 군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

구엔킴린씨는 이후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부동산을 처분해 아들의 수술비 4만달러를 마련했으며 결국 이날 한국에 도착, 인하대병원 암센터로 아들을 입원시켰다.

구엔베트흥 군에 대한 수술은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철수 교수와 혈액종양 소아과 김순기 교수가 집도할 예정이다.

병원측은 이번 수술이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해외 의료수요를 국내로 유입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철수 교수는 "구엔베트흥 군의 경우 백혈병이 재발한 부위가 뇌이기 때문에 채취 예정인 골수세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아시아권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스스로 한국의 병원을 선택하고 자비를 들여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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