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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구" 은밀한 제안 오갔다…여학생에 접근한 남성 덮치니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지하철역 인근 골목.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에게 20대 남성이 접근했다. 잠시 대화를 나누던 남성은 여학생에게 무엇인가를 건넸다. 담배였다. 물건을 확인한 여학생은 남성에게 현금을 주고 황급히 사라졌다.
미성년자인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 등을 대신 사 전달하는 이른바 '댈구(대리구매의 줄임말)' 접속 현장이었다. 이 남성은 인근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던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에 붙잡혔다.

경기 특사경, 댈구 판매자 12명 적발

청소년들에게 술·담배 등 유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댈구' 판매자들이 경기도 특사경에게 붙잡혔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해 5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댈구' 판매자 12명을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댈구' 업자를 적발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댈구'는 청소년들에게 술·담배 등 유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 전달하는 구매 대행 행위다. 청소년들이 친분이 있는 성인이나 노숙자 등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수수료를 건네고 대리구매를 해 사회 문제가 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트위터나 오픈 채팅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청소년이 SNS에 올라온 '댈구' 관련 게시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해 직접 만나서 전달하거나 택배 등으로 보내는 식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 구매방식이라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건당 수수료 2000원…미성년자도 포함

 경기도에 적발된 댈구 판매자들은 술 한 병, 담배 한 갑 당 20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한다.

A(30·여)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SNS를 보고 연락한 청소년들에게 350차례에 걸쳐 술·담배 등을 전달한 혐의로 붙잡혔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부모에게 들키지 않고 택배를 받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물품을 많이, 자주 구매한 청소년에겐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재구매를 유도하는 등 ‘기업형 영업’을 했다.

B(26)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여중생 등 청소년들에게 360차례에 걸쳐 담배와 술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B씨는 청소년들에게 술 등을 대리 구매해주다 처벌을 받았는데도 한 달 뒤 다른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사경 조사 결과 B씨의 SNS 팔로워 수만 1698명에 달했다.

판매자 대부분은 20~30대였고 미성년자도 4명 포함됐다. C(16)양은 길에서 주운 신분증을 이용해 같은 청소년들에게 200여 차례에 걸쳐 술·담배 등을 전달하다 적발됐다. D(15)양은 부모 명의를 도용해 전자담배 판매 사이트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해 되파는 수법으로 100여 차례에 걸쳐 대리구매 행위를 하다 덜미가 잡혔다.

E(15)양은 술·담배는 물론 해외 판매 사이트를 통해 성인용품까지 사들여 판매하다 붙잡혔다. 청소년들은 특사경 적발 이후 "유흥비 마련을 위해 그랬다"며 "부모님께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유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 전달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성범죄 위험 정황도 드러나

일부 판매자는 성범죄를 노린 듯한 정황이 포착됐다. F(23)씨는 SNS에 자신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올리고 대리구매를 제안했다. 연락한 여학생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내며 "만나자"고 지속해서 연락하기도 했다. 특사경이 여학생을 가장해 판매자에게 접근했을 때도 이런 은밀한 제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김영수 경기도 특사경단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리구매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구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등 2차 범죄 가능성도 있어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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