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사용 패턴 분석해 고독사 예방…똑똑해진 한전 A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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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광산구청에서 복지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정윤(29)씨는 지난해 10월, 아침 출근길에 한국전력 1인 가구살핌 서비스로부터 알림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이씨가 관리하는 가구 중 한 곳에서 전기 사용패턴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가구는 고령인 강모(74)씨 혼자 살고 있었다.

이씨는 강씨 안부를 묻고자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강씨는 없었다. 알고보니 전 날 몸에 이상을 느껴 쓰러진 강씨를 우연히 지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다. 강씨는 건강을 다시 찾을 수 있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국전력 AI 1인 가구 살핌 서비스. 한국전력

한국전력 AI 1인 가구 살핌 서비스. 한국전력

가족도 확인하지 못한 응급상황을 한전 1인 가구살핌 서비스가 어떻게 알았을까. 비결은 전력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에 있다. 한전은 고독사 위험 가구의 과거 전력데이터를 AI를 통해 학습시켰다. 여기에 통신 사용데이터도 결합해 매일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만약 전력과 통신 사용패턴이 평소와 다르다면 이를 AI가 직접 복지담당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씨는 “관리했던 지역은 나이가 많고 혼자 사는 분들이 많아 고독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도 없어 평소에 이를 예방하기란 쉽지가 않다”면서 “한전의 1인 가구살핌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전은 현재 광주 광산구 우산동을 대상으로 시작한 1인 가구 안부 살핌 서비스를 제주 서귀포시와 경시 시흥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기업 최초 안면인식 서비스도 개발 

AI 활용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전은 2019년 4월 자체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를 만들어 석·박사 인력 29명을 채용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실제 올해 1월 공기업 최초로 안면인식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450만장 사진 데이터를 통해 안면 인식 정확성을 확인해 보니 98.5% 이상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증도 획득했다. 한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안면 인식 알고리즘과 비교해도 성능이 비슷하거나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중국업체가 장악한 안면 인식 시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발전소 개요. 한국전력

디지털 발전소 개요. 한국전력

AI는 한전의 주 업무인 전력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발전소다. 디지털 발전소란 발전소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발전설비와 운전 장비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발전비용 감축뿐 아니라 화석연료 감축 등에서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한전은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발전소 구축센터' 개소식. 한국전력

'디지털 발전소 구축센터' 개소식. 한국전력

한전은 디지털 발전소 구축을 위해 6개 전력그룹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한전KPS)와 공동으로 2017년부터 디지털 발전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엔 디지털 발전소 개발 1단계로 전문가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발전소 핵심설비의 운전상태 진단 및 조기경보 등을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다.

한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제2의 석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용가치가 크다”면서 “데이터를 이용해 전력 업무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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