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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 정치축제 사라졌다…외신기자 딱 23명, 베일의 中 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격리 중인 외신 기자들에게 방호복으로 무장한 호텔 직원이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격리 중인 외신 기자들에게 방호복으로 무장한 호텔 직원이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4일 외신기자단 격리시설인 베이징 화빈호텔 객실서 바라본 인민대회당이 스모그에 뿌옇게 덮혀있다. 신경진 기자

4일 외신기자단 격리시설인 베이징 화빈호텔 객실서 바라본 인민대회당이 스모그에 뿌옇게 덮혀있다. 신경진 기자

4일 온종일 150㎍/㎥를 넘나든 베이징 미세먼지 PM 2.5는 지척의 인민대회당을 꼭꼭 숨겨줬다.
이날 오후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식으로 막을 연 2021년 양회(정협과 전인대)는 베이징을 뒤덮은 스모그처럼 베일 속에서 시작됐다.
올해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취재는 중앙일보를 포함해 선별된 23명의 외신 기자에게만 허용됐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바리케이드가 곳곳을 차단한 베이징의 중심 장안대가를 지나 인민대회당에서 서쪽으로 1.6㎞ 떨어진 화빈(華濱) 호텔에 도착했다. 붉은 카펫이 깔린 소독 통로와 체온 측정 카메라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 “매체 공작조 핵산 검사” 안내판을 따라 2층 홀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시약을 받아 홀 안쪽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검사 요원을 향했다. 구강 핵산 검사를 받는 동안 외신 사진 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외부의 휴대폰 보관소. 과거 양회 휴대 입장이 허용되던 휴대폰 충전기를 모두 외부에 보관하고서야 입장을 허락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인민대회당 외부의 휴대폰 보관소. 과거 양회 휴대 입장이 허용되던 휴대폰 충전기를 모두 외부에 보관하고서야 입장을 허락했다. 신경진 기자

검사 다음은 격리였다. 호텔 카운터 직원은 젠캉바오(建康寶)로 불리는 코로나19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자의 지난 14일간의 동선과 입국 날짜 등을 세세히 기록한 뒤에야 객실 열쇠를 나눠줬다. 인민대회당 뷰의 객실에서 7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역시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이 쇼핑백에 담긴 식사를 두 차례 가져다줬다. 연속 33일 현지 확진자 0명을 자랑하는 베이징 방역 당국의 발표를 무색하게 하는 ‘오버액션’으로 보였다.
정협 개막식을 두 시간 앞둔 오후 1시, 검사 결과 통보도 없이 버스 탑승을 안내하는 문자가 날아왔다. 버스는 장안대가를 통해 텅 빈 천안문 광장의 남쪽에 정차했다.

4일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식이 열리기 전 주석단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좌석. 다른 상무위원과 달리 찻잔 받침이 두 개 놓여있고, 아래에는 측정기로 보이는 노란색 기기가 보인다. 신경진 기자

4일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식이 열리기 전 주석단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좌석. 다른 상무위원과 달리 찻잔 받침이 두 개 놓여있고, 아래에는 측정기로 보이는 노란색 기기가 보인다. 신경진 기자

기자 실종 현상은 코로나19가 주된 이유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스타일이 반영된 탓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홍콩 명보는 4일 “그동안 양회 취재를 허용했던 해외 언론의 관심과 중국이 바라는 보도 내용 사이의 괴리가 컸다”며 “여기에 외국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장식보다 실용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스타일이 영향이 끼쳤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민대회당 입장부터 진행 요원은 연신 규정을 외쳤다. 소지품 검색 요원은 충전기 휴대를 불허했다. 정문 밖 휴대폰 보관대에 보관을 요구했다. 삼각대도 사전 신고 품목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할 수 없다며 막아섰다. 일말의 융통성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정협 개막식은 ‘원톱’으로 우뚝 선 시 주석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주석단 시 주석의 좌석에는 다른 상무위원과 달리 두 개의 찻잔이 놓였다. 좌석 사이의 간격도 시 주석,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순서로 좁아졌다. 권력의 크기를 눈으로 보여줬다.
3시 정각 시 주석을 필두로 7명의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정협 주석단이 입장하자 만인 대회당 1층을 메운 정협 위원 2106명은 절도 있는 박수로 환영했다. 4일 왕양(汪洋) 전국정협 주석이 30여 분간 낭독한 A4 용지 12페이지 분량의 2021년 정협 업무보고에는 총 10차례 시 주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지난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 개막식 당시 외신이 주목했던 정치보고에 ‘시진핑’ 이름이 없었던 것과 대조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막강해진 시 주석의 위상을 웅변했다.

‘홍콩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 전인대 심의 안건 상정

왕양은 2021년 업무 계획 중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愛國者治港)’는 원칙의 전면적인 실천을 굳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왕양의 ‘애국자 홍콩 통치’ 발언은 이날 밤 발표된 전인대 의사 일정으로 확인됐다.
이날 밤 인민대회당과 미디어센터를 화상연결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공식 선언했다. 장 대변인은 “‘애국자의 홍콩통치’ 원칙을 전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도 보장을 제공해야한다”며 “홍콩 선거제도를 제한하는 결정은 전인대의 권력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선거제도에 대대적인 제약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전인대 폐막식에서 통과될 ‘홍콩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에 따라 오는 9월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국회 격) 선거와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르포] #외신기자 23명 선별해 새벽 6시 집합 핵산 검사 #코로나19 요인에 시 주석 통치 스타일 반영 해석 #방호복 차림 식사 날라 확진자 33일간 0명 무색 #“애국자 홍콩 통치” 실천 위한 선거제 개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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