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딸 숨 안쉰다" 심폐소생술한 아빠…딸 온몸엔 멍 자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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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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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이틀째를 맞은 인천시 중구 운남동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은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과 마중 나온 학부모로 북적였지만, 학교 근처에 사는 3학년 A양(8)은 개학 날에도, 이날도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코로나19로 1년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A양은 개학 날인 지난 2일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3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양 남매는 지난 2019년 8월 이 학교로 전학 왔다. A양은 전학 오기 1년 전쯤에는 한살 터울 오빠와 함께 잠시 보육원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남매는 전학 온 직후에는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부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남매의 어머니 B씨(20대 후반)는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 아이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 상담기록엔 B씨가 “큰 아이(A양의 오빠)는 폐에 질환이 있고 둘째(A양)은 골종양을 앓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

지난 2일 3학년이 된 A양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A양의 담임교사가 집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엄마 B씨는 통화에서 “(A양의) 오빠가 질환이 있고 A양도 아파서 쉬어야 해서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등교수업 날이 아니었던 A양의 오빠는 원격수업에 참여했다.

“딸이 숨 쉬지 않는다”고 신고 

이날 오후 8시 57분쯤 A양에 대한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A양 부모는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숨을 쉬지 않고 있었고 아버지가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 A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부모는 “A양이 골수병을 앓고 있다. 아이가 새벽 2시쯤 넘어졌는데 저녁에 보니 심정지 상태였다”며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양의 얼굴과 팔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B씨 부부를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B씨부부 집 근처 주민들은 평소 이들 부부는 물론 A양 남매와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 김모(20대)씨는 “1년 전에 이사 올 때 남자아이랑 여자아이를 보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본 기억이 없다”면서 “잘 보이지 않아 이사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B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A양 남매를 낳았고 이혼한 뒤 현재 남편과 재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B씨 부부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A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A양 오빠의 학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치사 혐의가 의심돼 부모를 체포했다. 내일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아직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라 범행 동기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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