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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대출 증가폭 줄었지만…코로나 재확산에 희비 엇갈린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앙일보

입력

폐점한 서울 명동의 한 점포에 31일 하얀색 시트지가 붙어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하반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21%로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룡 기자

폐점한 서울 명동의 한 점포에 31일 하얀색 시트지가 붙어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하반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21%로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4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 끌어다 쓴 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업황이 좋아진 제조업의 대출금은 크게 줄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전 분기보다 27조7000억원이 늘어난 139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증가 폭은 직전분기(37조8000억원)보다 26.7%가 줄어들었다. 산업 대출이란 자영업자와 기업, 공공기관 등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을 뜻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대출 현황이 크게 엇갈렸다. 제조업의 대출금 잔액은 전 분기보다 2조2000억원이 줄어든 39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감소 폭은 2018년 2분기(-2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향성도 있었지만, 경제 전반이 코로나19로부터 다소 회복하면서 업황이 좋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제조업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2분기 감소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제조업 생산지수’의 전분기 대비 증감률은 –7.5%(20년 2분기)→6.2%(20년 3분기)→3.8%(20년 4분기)로 지난해 두 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텅 빈 호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유입이 끊기면서 호텔 등 숙박업소들이 휴업상태다. 10일 서울 명동 로얄 호텔의 로비가 텅비어 있다. 김상선 기자

텅 빈 호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유입이 끊기면서 호텔 등 숙박업소들이 휴업상태다. 10일 서울 명동 로얄 호텔의 로비가 텅비어 있다. 김상선 기자

반면 서비스업의 대출은 전 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의 산업 대출은 전 분기보다 28조7000억원이 늘어난 88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전 분기(28조9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업종이 타격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숙박·음식업의 대출 증가폭은 3분기(1조4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도소매업의 대출 증가 폭은 3분기(6조1000억원)보다 13%가 줄어든 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서 숙박업과 음식점의 업황이 안 좋아진 탓에 대출금이 전 분기보다 크게 늘었다”며 “도소매업도 전체 대출금은 줄어들었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는 모습이 보였다”고 진단했다.

연간 집계치를 보더라도 산업 대출의 규모가 1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년 전보다 15.4%(185조9000억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10.4%를 기록하며 2019년 말(3.6%)보다 큰 폭 증가했다. 또한 서비스업 대출의 전년동기대비 증가 폭도 138조8000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 증가율인 18.7%를 기록했다. 2019년 4분기(9.6%)보다 큰 폭으로 상회한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년동기대비 증가 폭이 역대 최대로 나타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산업 전반의 대출이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크게 늘어난 것이 누적해서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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