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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시간끌자"…공정위, 경쟁사 방해한 대웅제약 제재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 연합뉴스

소송은 얽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과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비용도 든다. 더구나 소송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세계에선 소송도 무기로 쓴다. 하지만 소송해도 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경쟁사의 뒷다리를 잡을 목적으로 일단 소송부터 낸 뒤, 질질 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사에 타격을 입히려고 부당한 소송을 낸 제약사를 적발해 제재했다. 공정위는 부당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내 경쟁사의 제네릭(복제약) 판매를 방해한 대웅제약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검찰에도 고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2000년 출시한 위장약 ‘알비스’에 대한 특허를 가진 회사다. 시장을 선점하다 2013년 특허가 만료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쟁사인 파비스제약이 제네릭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대웅제약은 파비스제약의 제네릭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비스제약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사다리 걷어차기’식 소송에 들어갔다. 2014년 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소송과 동시에 거래처에 약을 납품할 때나 대형병원 입찰시 “파비스제약 제품은 소송 중이라 향후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냈다. 실제 특허를 침해했는지와 관계없이 일단 소송을 내면 병원ㆍ도매상 등 거래처가 향후 판매 중단을 우려해 제네릭과 거래하기 꺼린다는 점을 악용했다.

소송 과정에서 패소를 예상하자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특허 침해와 관련 없는 실험 보고서를 제출해 재판 선고를 뒤로 미루는 식이었다. 결국 소송은 2015년 대웅제약의 패소로 끝났지만, 파비스제약은 큰 피해를 본 뒤였다.

대웅제약은 또 2015년 후속제품인 ‘알비스D’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허위 데이터까지 제출하며 특허를 따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 특허를 출원하라”는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지시에 따라서다. 그러고도 역시 2016년 안국약품이 제네릭을 출시하자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안국약품이 허위 데이터 문제를 제기하자 대웅제약은 화해를 유도해 소송을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부당한 특허소송을 제기해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란 점을 강조했다. 임경환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승소 가능성이 없는데도 오로지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위장 소송’을 내는 건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전형적인 특허권 남용 행위”라며 “국민 건강과 밀접한 제약 분야에서 특허권 남용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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