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 거부한 다운증후군 딸…엄마도 4주뒤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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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울버햄프턴에서 지난해 성탄절에 가족이 모인 뒤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모녀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금 사이트 저스트 기빙 갈무리]

영국 울버햄프턴에서 지난해 성탄절에 가족이 모인 뒤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모녀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금 사이트 저스트 기빙 갈무리]

성탄절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다가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모녀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카슈미르 베인스(64)의 가족 11명은 지난해 성탄절 연휴에 한 집에 모였다. 당시 영국은 성탄절 연휴에 한해 3가구가 모일 수 있게 한 ‘크리스마스판 방역 완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비극은 이들이 헤어진 뒤 시작됐다. 가족 모임 이후 하나 둘 증상이 나타나더니 모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11명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을 보였지만, 카슈미르와 그의 딸 파라마제트 베인스(43)는 예외였다. 결국 모녀는 울버햄프턴에 있는 뉴크로스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다운증후군 환자인 파라마제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산소치료 등을 계속 거부했다. 결국 치료 과정에서 발작을 일으켜 지난 1월 5일 숨졌다.

카슈미르의 아들 인디 베인스는 BBC에 “파라마제트는 인공호흡기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며 “몇 시간 동안 그에게 산소 치료를 받으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밝혔다.

파라마제트가 숨지고 4주 뒤 엄마 카슈미르도 결국 사망했다. 인디는 “당초 가족이 성탄절에 만나지 않는 것도 고려했지만, 다운증후군을 앓는 파라마제트가 봉쇄령으로 힘들어 하고 있어 모이기로 한 것"이라면서 “이번 비극은 우리 가족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아픔”이라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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