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되고 꿀도 되는 네트워크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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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20면

휴먼 네트워크

휴먼 네트워크

휴먼 네트워크
매슈 잭슨 지음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잘 쓰면 집단지성·생산성 기여 #‘아랍의 봄’도 SNS 타고 번져 #끼리끼리로 흐르면 갈등 격화 #중심 인물 과대 대표 현상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네트워크란 단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네트워크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네트워크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휴먼 네트워크』는 책 부제처럼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선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불붙었다. 튀니지 노점상 청년이 독재정권에 항의하며 분신하는 장면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타고 삽시간에 번져 결국 정부를 전복시켰고 이웃 독재 국가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중의 분노를 키운 네트워크의 힘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매슈 잭슨이 쓴 이 책은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어떤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마련할 때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네트워크의 사회과학·경제학·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의 역설’이란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친구가 훨씬 많을 거라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에서 연결이나 링크가 많은 사람은 편중된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진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새 드레스를 유명 연예인에게 입혀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 카펫에 선보이기를 원하는 이유다. 우정의 역설은 소셜미디어에서 더욱 강화된다. 연결 도수가 높은 중심적 인물(팔로워가 많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도 콘텐트의 급속한 유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편향의 문제가 생긴다. 과대 대표되는 인물의 취향을 추종하는 편중된 인식을 가질 수 있어서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를 활용한 네트워크의 달인이었다. 자신의 지지지와 반대자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불렀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를 활용한 네트워크의 달인이었다. 자신의 지지지와 반대자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불렀다. [AP=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연결 고리가 많은 ‘마당발’일수록 영향력이 크지만 네트워크 내에서의 위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 분석이 눈길을 끈다. 메디치가의 동맹 가문들은 자신들끼리는 직접 연결되지 않고 오로지 메디치 가문을 통해서만 관계를 맺었다. 여기서 메디치가가 빠지면 네트워크 자체가 붕괴된다. 다른 라이벌 중에는 메디치가와 같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가문이 없었다.

네트워크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는가, 얼마나 연결성이 좋은 사람과 연결돼 있는가, 얼마나 도달과 확산 능력이 큰 사람과 연결돼 있는가, 얼마나 필수적 매개자와 연결돼 있는가가 중요하다. 잭슨 교수는 네트워크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이나 금융 위기의 파급효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이 책에서 중요시하는 또 하나의 개념이 동종선호(homophily)다. 말 그대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유유상종이다. 문제는 동종선호의 결과로 나타나는 네트워크의 극명한 분열이다.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사회이동을 제약한 결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 집단 간 분열이 심해지면 취직이나 승진 기회는 물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얻기 위한 정보도 불평등해진다. 이런 비유동성이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다시 비유동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정보와 기회를 어려운 계층에게도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제안한다. SNS의 일상화로 소통이 원활해지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동종선호 경향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가 더 깊어져 가짜뉴스와 확증편향 현상도 더 두드러진다.

논쟁적인 주제와 관련해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만 반복적으로 교류해 동종선호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결국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책이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연결성의 증가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대신 우리의 집단지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 책을 찬찬히 읽고 소화시킨다면 ‘네트워크의 달인’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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