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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81일 늦은 첫 접종, 앞으로 1주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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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6일 오전 9시 전국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일제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요양원 213곳, 5266명의 환자·종사자가 대상이다. 요양병원 292곳도 접종에 나선다. 27일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30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3개월여 만이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은 “11월 국민의 70% 집단면역 형성을 향한 역사적인 첫걸음이자 그간 코로나19에 뺏긴 일상을 탈환하기 위한 반격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첫 일주일 접종률이 향후 좌우 #정부는 1호 접종 홍보카드도 포기 #사회지도층 ‘솔선수범 접종’ 필요 #“일상 탈환 위한 반격 시작되는 날 #총리 먼저 맞아도 새치기라 안해 #AZ 입원율 감소효과 등 알려야”

국내 26일 접종은 지난해 12월 8일 영국 90세 할머니의 세계 첫 접종에 비해 81일 늦다. 102번째 접종 개시 국가로 매우 늦은 편이다. 이번에 AZ백신 78만5000명, 화이자 백신 5만8500명이 접종하며 3월 중 완료한다.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도 멀다.

그래서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일주일 접종률이 매우 중요하다. 정지태(고려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 대한의학회장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한 접종이라고 생각하고 빠짐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조사에서 요양병원·요양원 등 대상자의 94~96%가 접종에 동의했다지만 AZ백신 불신이 여전하다. 대구시 달서구 상록수실버센터 김후남 원장은 “직원들이 접종에 동의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사처럼 화이자 백신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AZ백신의 안전성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나 아닌 우리 사회 위한 접종, 빠짐없이 맞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첫 접종을 하루 앞둔 25일 경기도 이천 의약품 전문 물류센터에서 소포장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에 배송됐다. 이날 강원도 동해시 보건소에서 관계자가 현지에 도착한 백신을 옮기고 있다. [사진 동해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첫 접종을 하루 앞둔 25일 경기도 이천 의약품 전문 물류센터에서 소포장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에 배송됐다. 이날 강원도 동해시 보건소에서 관계자가 현지에 도착한 백신을 옮기고 있다. [사진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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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1호 접종 논란 때문에 방역 당국은 1호 접종자의 상징을 없애버렸다. 26일 오전 9시 전국 접종자 모두가 1호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지도자·초고령자·의료인 등을 첫 접종자로 내세워 홍보했지만 우리는 이 카드를 포기했다. 문 대통령이 68세라서 AZ백신을 맞으면 ‘새치기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격이다. 1호 접종은 아니어도 상징적 인물이 나서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프랑스는 보건장관이 AZ백신을 공개적으로 맞았다. 정세균 총리가 ‘걱정마십시오. 제가 제일 먼저 맞겠습니다’ 하고 팔을 걷어붙이면 누가 새치기라고 욕하겠나”고 말했다. 장성구(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전 대한의학회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같은 사람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명돈 센터장은 “초기 접종률이 떨어지는 듯하면 사회지도층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AZ백신의 안전성을 더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백신이 스코틀랜드에서 입원율을 줄이는 효과가 화이자보다 낫다고 나온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식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빨리 많이 맞게 해야 한다. 사실 AZ백신이 안전성이나 효과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65세 이상 임상시험 대상을 적게 잡아 논쟁이 벌어진 건데 이런 부분을 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AZ백신의 감염 예방률이 70%인데, 이는 일반 독감백신의 두 배에 달한다. 결코 낮지 않다. 중증 예방률은 더 높다. 순서가 오면 ‘이게 가장 좋은 백신’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장성구 전 회장은 “접종한 사람이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혈액 채취에 적극 나서고, 정부가 항체형성률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0월 독감 백신 파동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우연히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아직까지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없다. 미국 CNN방송 산제이 굽타 의학전문기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AZ을 포함한 5대 백신 임상시험 대상자 7만5000명 중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좋은 백신”이라고 말했다. 설사 접종 후 사망자가 나와도 한시라도 빨리 부검해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게 좋다.

정부의 섬세한 소통이 필요하다. 독감 백신 파동 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불을 끈다고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뒤 7일 내 사망한 노인이 1500명”이라고 한 게 오히려 불을 질렀는데, 분위기에 맞지 않는 팩트(사실) 제시는 안 한 것만도 못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가짜뉴스인데, 그 배경이 되는 게 정치인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쟁이 더 심화하는 것 같다”며 “백신을 정치화하지 않으려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 청장이 국민 브리핑을 하면서 너무 어려운 용어를 쓰더라.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공개토론 방식)처럼 더 많은, 직접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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