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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에 집중되는 MB국정원 사찰 추궁…野 “신종 정치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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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가정보원(원장 박지원)은 22일 이명박(MB) 정부 사찰 논란과 관련해, 당시 국정원에서 생산한 보고서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ㆍ정무수석실과 국무총리실에 배포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 16일 정보위 회의에서 "2009년 MB 정부 청와대 지시로 국정원이 직무 범위를 이탈해 여ㆍ야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신원 자료를 수집ㆍ관리해왔다"고 밝힌 데 이은 추가 보고다.

정보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박지원 원장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았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야당이 이번 사찰논란을 "부산시장 선거 1위를 달리는 박형준 전 MB 청와대 정무수석을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박 전 수석이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는 이날 보고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박 원장이) 박형준 전 수석에 대한 얘기는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고,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제가 재확인을 했는데 박형준 전 수석이 직접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형준 겨냥하는 與…‘신종 정치공작’이라는 野

MB 정부 불법 사찰 의혹을 연일 띄우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정보위를 전후해 박형준 전 수석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오전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예비후보는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 결과를 충분히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오후엔 김두관 의원이 “박형준 전 수석의 장두노미(藏頭露尾ㆍ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가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은 “국정원이 ‘신종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 보고를 받고 내린 결론은 (국정원이) 선택적, 편파적이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지원 원장을 겨냥해 “지난 보고에서는 ‘김대중 정부에서는 사찰이 없었다’고 직접 발언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있었다 해도 개인 일탈’이라고 했다”며 “진보정부는 깨끗하고 보수정부는 더럽다는 시각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수석도 페이스북에서 "선거 앞두고 왜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일부 언론에 미리 이런 정보를 주었는지, 그가 누구인지부터 밝혀라. 이야말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괜히 엄한 사람 덮어씌우려 한다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적었다.

◇문건 공개 안건 의결은 무산…‘우회로’ 뚫는 민주당

이날 정보위에선 당초 MB 정부 사찰 의혹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보위원 12명 중 8명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국정원법에 따른 안건 단독 처리(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가 가능했지만,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맞섰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법상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자동 구성되고, 조정위는 여ㆍ야 위원 각 3명씩 동수로 구성된다. 야당 몫 3명에 참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결을 계속 반대하면 최장 90일까지 심사할 수 있어, 문건 공개 여부는 4월 재ㆍ보궐 선거 이후에야 결정된다.

이때문에 민주당이 안건 상정을 포기하면서 여야는 ‘민정수석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 자료 관리 협조 요청’(2009년 12월 16일 작성) 보고서 등 9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 공개를 국정원에 요구하는 선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보위 차원의 열람이 막히더라도, 의원ㆍ지방단체장 등 사찰의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열람을 청구하거나, 당 차원에서 관련 자료 열람을 요구하는 ‘우회로’ 전략을 짰다.

이미 MB 정부 당시 현역(18대 국회) 의원이었던 김두관ㆍ안규백ㆍ안민석 의원 등이 개인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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