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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요법서 "신약의 발견"

중앙일보

입력

항생제가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상처가 나면 개구리를 말려 빻은 가루를 참기름에 섞어 발랐다. 그러면 덧나지 않고 상처가 잘 아물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입 안이 헐거나 상처가 나면 작은 개구리를 산 채로 입 안에 머금는 민간요법을 사용했다.

동서양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개구리 피부에서 항생제가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적 실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개구리가 사는 곳은 아주 더러운 흙탕물을 비롯, 가시덤불 등에 피부가 잘 긁히는 곳이다. 그런데도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비결은 피부에서 나오는 항생제에 있었다.

서울대 약대 이봉진 교수는 토종 참개구리에서 항생제를 추출해, 먹을 수 있는 약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을 합성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약쑥에서 위염에 특효를 내는 물질을 뽑아내 국산 천연물 신약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부작용도 거의 없는 생약으로 효과가 좋아 한해 동안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신약으로 관심을 끌었던 글리벡의 지난해 보험 청구액은 30여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쑥 중에서 약쑥은 예부터 복통이 있을 때 생즙을 내 먹으면 효과가 좋아 민간요법과 한방에서 자주 사용해 왔다. 지금도 민간요법에서는 복통.설사.하열.생리불순 등 내과질환의 통치약으로 대접받고 있다. 동아제약은 그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한방이나 민간요법으로 내려오는 처방들의 약효가 이처럼 현대의학으로 속속 규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약초와 동물에서 뽑아내는 생약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날이 멀지 않았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는 "우리나라에 약초로 등록된 식물이 440여종이다. 국토가 우리보다 수십배 넓은 중국의 경우도 약초는 480여종, 일본은 110여종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생약의 보고라는 의미다. 지금부터 현대의학적으로 그같은 약효를 규명해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에 효과가 큰 천연물을 국산 약초에서 찾아냈다. 한방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초를 대상으로 탐색한 결과로, 분자생물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해 위장관운동을 촉진시키는지 밝혀냈다.

스트레스성 소화제는 존슨앤존슨의 프레팔시드라는 약이 한 때 국내외 시장을 석권했으나 부작용으로 시판을 중지한 상태다. 한방에서는 위장관 운동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을 찬 기운과 담이 위장에 정체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한방에서 이때 처방하는 인삼.백두구.백출.빈랑.곽향 등 13가지 약재를 섞어가며 약효를 분석한 결과 기존 약의 효과를 얻으면서도 부작용은 거의 없는 천연물을 추출, 국제학회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야생 다래에서 알레르기를 예방.치료할 수 있는 생약성분을 뽑아내 미국 업체에 거액을 받기로 하고 기술 이전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팀은 바이오벤처 등과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관절염 치료제, 항암 효과가 큰 면역증강제 등의 천연물을 찾아 놓은 상태다.

국가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인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 정혁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한의학을 통해 천연물에 대한 임상자료가 수백년간 축적되어 왔다"며 "이는 최근에야 천연물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서양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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