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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노인·아이 입주민이 돌본다…서울시의 ‘같이살림’ 실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 동대문구 A아파트는 최근 주민 13명을 돌봄 교사로 배출했다. 아파트에서 돌봄교사 양성까지 나선 이유는 이렇다. 입주민 중 미취학·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가 많은 데다 코로나로 어린이집마저 휴원하고 나서자 아이들을 맡길 곳이 부족했다. 설상가상 아파트 주변엔 돌봄시설도 마땅치않자, 주민들은 아예 아파트 안에서 긴급돌봄을 할 수 있게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돌봄 플랫폼을 구축하고, 돌봄 앱(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필요한 자금은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 지원금을 받아 해결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향후 입주민 돌봄 교사를 통해 돌봄 문제를 해결하고 단지 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단지 15곳 모집 

설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오전 광주 북구청직장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설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오전 광주 북구청직장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시는 21일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에 참여할 공동주택 단지 15곳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공동주택 같이살림은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내에서 주민이 스스로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발굴해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사업 모델로 육성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입주민이 직접 노인과 아이를 돌보거나 1인 가족을 위한 반찬 나눔, 문화·건강 강좌 개설 등 다양한 내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지원하는 건 주민이 지역 내 공동주택 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지역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구 B아파트는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아파트 내 카페를 조성하고 총 25명의 바리스타를 양성했다. 현재 총 30명의 주민이 주민카페를 함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향후 사회적 협동조합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의제설정→시제품 생산→협동조합 설립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입주민이 사회적경제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지원기관이 컨설팅 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입주민이 사회적경제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지원기관이 컨설팅 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

서울시는 최장 3년간 단계별로 사업을 지원한다. 1단계인 의제설정 단계에선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해 전문역량을 갖춘 지원기관을 투입하고, 주민모임을 병행해 단지의 상황·특성에 맞는 생활문제를 발굴한다. 주민 개개인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역량도 키운다. 2년 차엔 최대 6000만원을 지원해 시제품·서비스를 생산·판매하고, 5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3단계엔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엔 총 11개 자치구에서 20개 단지가 참여했고 그중 8개 단지(40%)가 2년 차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엔 신규로 22개 단지가 선정됐다. 홍남기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은 입주민이 겪고 있는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며 “사회적경제 인식과 주민 주도성이 높은 단지를 우선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3000만~6000만원 지원…지원기관 협조도 

주민들은 마을정원 만들기, 친환경 제품 제작 등 스스로 사업 의제를 설정할 수 있다. 사진은 노원구가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내 정원조성사업. [노원구]

주민들은 마을정원 만들기, 친환경 제품 제작 등 스스로 사업 의제를 설정할 수 있다. 사진은 노원구가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내 정원조성사업. [노원구]

지원 자격은 50세대 이상 단지 내에 5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이용시설을 보유하고, 주민대표회의 의결(동의)을 거친 곳이면 된다. 올해 1단계를 처음 신청하는 단지는 오는 3월 24~26일까지 각 자치구에 접수하면 된다. 올해 2·3단계를 시행하고자 하는 단지는 2월26일~3월3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한편 서울시는 주민들을 도와줄 지역지원기관도 함께 모집한다.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조직 등 사업 경험이 있는 비영리법인·단체면 지원할 수 있다. 지원 기간은 1단계 4월1~5일, 2·3단계는 2월24~26일로, 서울시 이메일 접수(pinkteddy20@seoul.go.kr)할 수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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