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아이 두고 출근해 체포된 美엄마···1억 성금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는 아이만 홀로 집이나 호텔 방 등 남겨두고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주들이 많다. 아동학대와 방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남겨놓고 일하러 나갔던 미혼모들이 처벌받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학교나 보육시설이 문을 닫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진 데다, 일자리가 확 줄면서 선택권도 줄어든 영향이다.

미국 NBC 방송과 폭스뉴스는 최근 모텔 방에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갔다 처벌을 받게 된 20대 미혼모의 사연을 소개했다.

오하이오주 리버티 타운십에 사는 미혼모 샤이나 벨(24)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열 살과 두 살짜리 딸을 모텔 방에 남겨두고 직장인 피자 가게로 출근했다. 그런데 모텔 방에 아이들만 남아 있는 것을 본 누군가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저녁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벨은 경찰에 체포됐다. 벨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오는 4월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아이들을 모텔방에 남겨두고 일하러 갔다가 체포된 미국 미혼모 샤이나 벨. [턴불 카운티 홈페이지]

아이들을 모텔방에 남겨두고 일하러 갔다가 체포된 미국 미혼모 샤이나 벨. [턴불 카운티 홈페이지]

벨은 아이들을 먹이고 키울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일터에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을 모텔 방에 두고 갔던 당일도 1시간마다 딸에게 전화해 상황을 살폈고, 엄마를 찾는 아이들에 밤 10시까지는 돌아오겠다며 달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선 동정론이 일었다.

애리조나주 하원 의원인 루벤 갈레고는 트위터에 벨의 사연을 공유하면서 "아이 양육에 전념하기 위해 일하지 않고 정부 보조를 받으면 '기생충'으로 불리고, 그렇다고 일하러 나가자니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기 어려운 게 미혼모들의 현실"이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벨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18일까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가 모였다.

샤이나 벨의 딱한 사연에 1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고 펀드 미 홈페이지]

샤이나 벨의 딱한 사연에 1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고 펀드 미 홈페이지]

미국의 힙합 레이블인 퀄리티 컨트롤의 피에르 토마스는 "나에게 이 여성과 연락할 방법을 알려 달라"면서 미혼모 가족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 어머니도 내가 어렸을 때 같은 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벨은 자녀를 방치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면서 "피자 가게에서 일한 돈으로 아이를 키우는 건 무척 어렵다"고 했다.

미국 힙합 레이블의 임원인 피에르 토마스는 자신의 어머니도 젊은 시절 같은 일을 했다며 미혼모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미국 힙합 레이블의 임원인 피에르 토마스는 자신의 어머니도 젊은 시절 같은 일을 했다며 미혼모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8일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현재, 세상에는 많은 '샤이나 벨'들이 있다"며 "미국에서만 230만명의 여성이 일과 아이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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