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박원순은 롤모델”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캠프 상황실장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비난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우 후보 측의 김 변호사에 대한 공격에 여성단체가 우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데 이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도 “우 후보의 성(性) 인식에 대해 해명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5·18 전날 접대부 술판” 비판하자…“노랑머리와 손 잡아라”
15일 박 전 서울시장 성희롱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울 영등포구의 우 후보 선거운동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우 후보에 대해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측이 밝힌 기자회견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 13일 우 후보의 캠프 상황실장인 A씨가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언주 후보를 비판한 게 첫번째 이유다. 이날 A씨는 자신의 SNS에 “정치권에 얼씬거리지 말고 노랑머리 김OO이랑 손잡고 변호사나 해”라고 썼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은 ‘노랑머리 김OO’은 김재련 변호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또 “유가족을 위로한 우상호의 편지가 왜 2차 가해라고 호들갑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도 썼다.
시민단체는 A씨의 이날 발언이 지난 10일 이언주 후보가 한 말에 대한 반박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민주당이 신성시하는 (2000년) 5·18 기념일 전야제 날 (우 후보와) 송영길, 김민석 의원이 단란주점(NHK 룸가라오케)에서 여성 접대부들을 불러 광란의 술판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며 “이렇게 여성을 깎아내리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성추행이 원인이 돼 생긴 보궐선거에 출마하다니”라고 비판했다. 우 후보는 이에 대해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與 귀책으로 500억 재보궐…피해자 안중에도 없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이날 기자회견을 한 두 번째 이유는 지난 10일 우 후보가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이날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측은 “피해자 복귀에 대한 구체적 의지와 공약을 표명하지도 않고 피해 사실을 부정한 유가족부터 옹호하는 건 잔인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사유로 국민 세금 500억원을 들여 치르게 된 선거”라며 “피해자의 물음과 외침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당헌을 바꿔 후보로 나섰으면서 우 예비후보는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행보를 보인다. (캠프 상황실장인 A씨는) 서울시 위력 성폭력 피해자 변호인도 조롱하는 글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글들로 우 예비후보와 그를 보좌하는 캠프 사람들은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판명됐다”며 “우 후보는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본인은 서울시장 후보 자격이 없는 자임을 인정하고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말했다.
‘야하다 싶은 女 투쟁현장에’…신전대협은 “性인식 해명하라”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도 이날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후보가 1989년 학생운동 당시를 회고하며 펴낸 '학생회 운영의 원칙과 방도'에 왜곡된 성인식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저서에 ‘짧은 치마에 하이힐, 좀 야하다 싶은 여학생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떠나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돌을 캐는 모습에 기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는 부분을 지적하며 “운동권 시절부터 수십 년간 자리잡았던 성 인식에 대해 해명하라”고 말했다.
우 후보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우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서울시를 위해 근본대책을 만들고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0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시장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박 전 시장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운동 혁신을 했던 것과 시장이 된 후에 했던 몇 가지 혁신적인 정책을 배워야 되겠다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