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별세에 이정미 추도사 "이제 누가 회초리 돼주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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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사진은 지난해 7월 11일 박 시장 빈소를 방문한 이 전 대표의 모습. 뉴스1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사진은 지난해 7월 11일 박 시장 빈소를 방문한 이 전 대표의 모습. 뉴스1

진보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등이 추도사를 쓰며 고인의 마지막을 기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의 뜨거운 가슴으로 위로를 받았고, 선생님 불호령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었습니다. 사는 모습, 서로의 생각들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선생님 앞에서는 모두 하나같이 깊이 머리 숙일 수 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이제 모자란 우리들에게 누가 회초리가 되어주실까요. 부고를 받아들고 휑한 마음 저 구석에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라고 썼다.

그는 "한평생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길 틔워주신 그 자리에 저희들 잘 걸어가겠습니다"라며 "그곳에서 부디 영면하소서"라고 백 소장을 추도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백 소장의 영면 소식에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한 생을 사셨던 선생님"이라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고인은 1932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참여한 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에는 긴급조치 1호의 첫 위반자로 옥고를 치렀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모태가 된 장편 시 '묏비나리'의 원작자다.

특히 고인은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제헌의회파(CA)' 그룹 추대로 출마했다. 이전까지 이어져온 군부정권을 끝내기 위해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후보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다. 그러나 백 소장의 노력에도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백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이날 입원 중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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