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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영·정치초딩·강철수···야권 후보들 별명 전쟁부터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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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정치인에게 별명은 인지도의 바로미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사람이 알아야 별명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프(문재인 대통령), 홍카콜라(홍준표 의원), 국민 장인(유승민 전 의원), 사이다(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권주자급 정치인에게는 자칭타칭 자연스럽게 별명이 따라붙는다.

스스로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야권의 중량급 인사가 도전장을 내밀어서 그런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별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① “나경영이 돼도 좋다”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저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내놓은 저출산 공약 때문에 당 안팎에서 ‘나경영’이란 공격을 받았는데, 이를 부인하기보다 오히려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지난 5일 ‘토지임대부주택’(주택을 소유하되 토지는 임차해 가격을 낮춘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층이 그 집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하면 최대 1억1700만원의 이자비용을 보조해주는 정책을 내놨다. 그러자 당내 경쟁자인 오신환 전 의원은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평소 정책과 비슷하다며 “나경원인가, 나경영인가”라고 직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 당선된 뒤 시장 재선을 하면) 이자 지원을 더 많이 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 “재앙”이라면서다.

실제 허경영 대표의 저출산 정책은 온라인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출산시 양육비 3000만원 지급 ▶노인에게 매달 60만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황당하다”는 조롱을 받았지만 14년여가 흐른 지금 상당 부분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그러니 적어도 저출산 정책만 놓고 보면 ‘나경영’이란 별명이 나쁘지는 않다는 게 나 전 의원의 판단으로 보인다.

② “나는 정치 초딩”

‘나경영’이 타의로 시작된 별명이라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별명은 스스로 칭하는 데서 시작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인터뷰에서 자신을 “정치 초딩”으로 소개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가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는 실패를 겪었다. 결국 당의 만류에도 서울시장직까지 던졌던 자신을 ‘정치 미숙아’로 표현하며 ‘정치 초딩’이란 별명을 붙인 것이다.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는 그는 “(지금에 와서) 젊은층일수록 내가 무상급식을 아예 주지 말자고 한 것 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내가 프레임 전쟁에서 진 거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정치 초딩’이라고 자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구한테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본능적으로 무리 짓는 걸 싫어한다”며 “국민 여러분 입장에서는 내가 더 바람직한 공직가 아니냐”고 했다. 원리원칙에 충실한 ‘정치 초딩’이 국민에게 더 도움되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③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유독 부정적인 별명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분신(아바타·avatar)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합쳐진 ‘MB 아바타’다. 훗날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 2017년 대선 기간 중 댓글 작업을 벌인 걸로 밝혀졌지만 이미 대선 때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였다.

그는 대선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상대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등의 발언을 했가다 오히려 큰 역풍을 맞았다. 그런 별명을 모르던 사람들에게까지도 부정적 별명을 인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는 대선 넉 달 뒤 공개한 ‘19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안 후보는 TV 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적시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가장 익숙한 별명은 ‘강(强)철수’다.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기 전 정치를 할지 말지 망설이면서 그에게는 ‘간을 본다’는 의미의 ‘간철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다 2015년 11월 새정치연합 의원 시절 호남 지역을 돌면서 ‘강철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저녁 자리에선 ‘간철수? 강철수!’라는 건배사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도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원래 강단 있는 사람”이라며 “저는 저만큼 추진력 있고 강단 있는 사람 못 봤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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