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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로 무차별 남획…서해안 ‘개불’ 씨가 마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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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주말인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의 한 바닷가. 모래사장을 오가던 사람들이 쇠로 만든 기다란 파이프(봉)를 연신 모래 속으로 집어넣었다. 1m가량의 봉 끝에 매달린 ‘T자 모형’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뻥~~’ 하는 소리와 함께 30㎝ 크기의 개불이 튀어나왔다.

관광객 불법채취 급증 생태계 훼손 #충남도·해경·해수부 합동 특별단속

일명 ‘빠라뽕’으로 부르는 이 파이프는 개불을 채취하기 위한 어구다. 3~4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너도나도 들고 다닐 정도로 사용자가 급증했다. 어민들은 “초보자나 여성들도 별다른 기술 없이 개불을 잡을 수 있는 데다 능숙한 사람은 2~3시간이면 수백 마리를 잡을 수 있는 기구”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관광객 등 비어업인들이 빠라뽕과 개불펌프 등을 이용해 개불 등을 잡는 행위를 특별단속한다. 불법 도구를 이용한 해산물 채취행위가 갯벌이나 모래사장 황폐화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이번 특별단속에는 서해안을 관리·감독하는 충남지역 시·군과 해경,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이 합동으로 참여한다.

해경 외에도 자치단체와 정부부처 등이 동시에 단속에 나선 건 무분별한 수산물 불법 채취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단속 대상도 단순히 불법어구를 이용해 수산물을 잡아들이는 포획·채취 행위를 벗어나 불법도구를 제작·운반·진열·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생태계 훼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비어업인은 수산자원 포획·채취 때 ▶투망 ▶쪽대·반두·4수망 ▶외줄낚시(대낚시 또는 손줄낚시) ▶가리·외통발 ▶낫대 ▶집게·갈고리·호미 등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태안해경도 합동단속과 별도로 지난 3일부터 불법어구를 이용한 해루질(도구나 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행위) 등 수산물 무단 채취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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