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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효과 낮은게 아냐" 국내 첫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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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마지막 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정부가 8일 밝혔다. 공급 시기가 확정된 만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수 전문가는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데다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령층 접종을 제한할 필요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10일 식약처 최종 판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일정과 관련, “150만 도스(75만명분)는 이달 마지막주로 공급 일정이 확정돼 유통과 배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 6만명분을 제외하면 요양병원 노인과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하는 데 사용될 첫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도입 시기가 확정된 만큼 고령층 접종에 대한 정부 방침도 빠르게 정리돼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0일 마지막 검증 절차인 최종점검위원회를 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할 계획이다. 다만 고령층 접종에 대해선 접종 시행부처인 질병관리청으로 판단을 넘긴 뒤 질병청 산하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구체적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적으로 다소 미흡한 측면은 있지만,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고령층에도 충분히 접종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효과 없는 것 아니라 자료 부족”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오일환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효과가 없다는 데이터도 없고, 효과가 있다고 증명할 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인데 적어도 안전성 관련한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령층 접종과 관련,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 자료가 부족하단 것이지 효과가 없거나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게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위원장은 또 “항체 형성 효과가 낮다고 하지만, 노인은 낮은 게 당연하다”며 “임상 데이터가 안 나왔다는 이유로 고령층을 사각지대에 놓고 무방비로 놔둘 수 없다는 게 중앙약심의 판단이었다. 65세 이상의 접종을 배제했을 때 사회적으로 감수해야 할 리스크(위험)가 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는 “효능이 낮은 게 아니고 모르는 것”이라며 “면역원성 측정에서 연령별로 별 차이가 없었다면 효능에서도 차이가 없을 거라 보는 게 맞다. 그간 백신 분과위원회에서도 고령층 접종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만큼 예방접종위원회에서도 고령층에 접종해도 상관이 없을 거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안전성 부분에서 보면 화이자보다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가 오히려 적었다. 노인한테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도 말했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8일 질병청 브리핑에서 “백신은 수월성, 경제성, 접근성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국내 도입하고 있는 백신 중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어느 백신이든 안심하고 맞아도 된다. 제 어머님이 80대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게 할 것이냐 하면 당연히 맞으시라고 권유해드릴 것이다. 순서가 돌아오면 어떤 백신이든 접종받는 게 현명하고 유리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남 교수는 “국내 남아공 변이주가 크게 유행하지 않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주요국 백신 확보율(전체 인구 대비 백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요국 백신 확보율(전체 인구 대비 백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향후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효능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모란 교수는 “우리가 접종 시작할 때쯤 되면 미국 임상 결과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미국 임상에선 노인이 20% 넘게 포함됐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면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社 코로나19 백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앞서 전문가 등 심의위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社 코로나19 백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앞서 전문가 등 심의위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선택지 없는 현실적 이유도

현실적으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을 제외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 처음 대량 도입되는 유일한 백신이라서다. 당초 코백스를 통해 먼저 들어올 것이라 예상됐던 화이자 백신은 이달 말을 넘겨 공급될 수도 있다. 정은경 청장도 8일 브리핑에서 “행정 절차에 따라 공급 일정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절차들이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다른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근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최정현 감염내과 교수(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도 “부작용의 논란이 아니라면, 다른 대체할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옵션(선택지)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급성이 안전성과 효과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시급성은 무시할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라고 밝혔었다.

영국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백신 신뢰 중요, 추후 대상 넓혀야”

물론 사회적 신뢰가 중요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나온다. 일단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추후 데이터가 쌓이면 고령층 접종으로 대상을 넓혀도 된다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확보돼서 요양병원 거주자 대상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1차적으로는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고, 남는 물량은 다른 고위험군 1순위 대상자에 접종하고 추후 유효성이 확실히 입증된 상황에서 접종해도 된다”며 “인플루엔자(독감) 사태 때도 봤듯 전문가들이 괜찮다고 해도 접종 거부가 있을 수 있고, 관련한 가짜뉴스가 돌아다닐 수도 있다. 장기전인 만큼 원칙을 고수해 국민한테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도 “의료진 접종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사용하고, 노인들은 화이자나 모더나로 접종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며 “논란이 되는데 굳이 노인부터 접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고령층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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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청장은 8일 브리핑에서 “65세 이상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효과를 판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중앙약심 등의) 권고 내용”이라며 “이런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접종계획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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