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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차별 발언에 분노한 日 여성들..."침묵하지 말라" 운동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모리 요시로(森喜朗·83) 회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항의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에는 성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서명이 진행돼 12만명이 이상이 참여했다. 일본 주재 외국 공관들도 소셜미디어(SNS)에 '침묵하지 말라'는 뜻을 가진 해시태그(#dontbesilent)의 사진을 올리며 항의에 동참했다.

성차별 철폐 온라인 청원에 12만명 넘게 참여 #주일 유럽 대사관들 SNS에 '#dontbesilent' #테니스 스타 오사카, "정말 무지한 발언" 비판

주일본 독일대사관이 공식 트위터에 올린 성차별 항의 트윗. [사진 트위터 캡처]

주일본 독일대사관이 공식 트위터에 올린 성차별 항의 트윗. [사진 트위터 캡처]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조직위(JOC) 회의 도중 "여성 이사가 많으면 회의가 오래 걸린다", "여자들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4일 사과 회견을 열었지만, 회장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내가 대형쓰레기라면, 쓸어버려라" 등의 고압적인 태도로 다시 논란이 됐다.

4일 밤 온라인 청원사이트 'Change.org'에서 시작된 '모리 회장의 처우를 검토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서명에는 7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총 12만 500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다.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 유명인도 동참했다.

지난 4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7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서명을 주도한 것은 20~3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성차별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다. 타이틀에는 일부러 모리 회장의 '사임' 대신 '회장직 처우 검토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단지 수장을 바꾸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성차별 철폐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는 뜻에서다.

이들은 구체적인 조치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여성 이사 비율을 최저 40%까지 늘릴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유럽 지역 대사관들도 모리 회장 발언에 항의하는 일본인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주일 독일대사관은 지난 5일 대사관 직원들이 왼손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dontbesilent(침묵하지 말라)', '#genderequality(성평등)'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렸다.

모리 회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 항의하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 [사진 change.org 캡처]

모리 회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 항의하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 [사진 change.org 캡처]

이 게시물은 1700여 건 이상 리트윗됐고 4만 7000여 건의 '좋아요'가 달리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어 주일 유럽연합(EU) 대표부, 주일 스웨덴·핀란드 대사관 등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려 동참을 표명했다.

6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에는 모리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화가 5일 저녁까지 542건 이상 걸려왔다. 올림픽 자원봉사 신청자 중 14명은 모리 회장의 발언을 이유로 자원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호주오픈에 앞서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그립스랜드 트로피에 출전 중인 일본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3) 선수는 6일 기자회견에서 모리 회장 발언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말하기 전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정말 무지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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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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