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진보지만…소통기회 적은 문 정부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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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호리야마 아키코

호리야마 아키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 달에 한 번만, 그것도 내신만을 상대로 브리핑하고 있습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의 회견은 1년에 1회인데 지난해엔 그마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신년회견 불통’ 지적한 호리야마 #“강경화는 작년 외신 기자회견 0회”

SFCC 회장인 호리야마 아키코(堀山明子·사진) 마이니치(每日)신문 서울지국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과거보다 제한이 커진 듯한 한국, 특히 외교부 취재 환경을 언급하면서다. 호리야마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첫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해 5년간 활약했다. 당시 취재 상황은 지금보다 더 자유로웠다고 한다. 특히 외신 매체로서는 가장 중요한 출입처인 외교부 취재가 그랬다.

호리야마 회장은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매주 외신도 포함해 정례 기자회견을 했고, 외신도 3~4개 질문을 한국어로 던질 수 있었다”며 “외신 매체 대상의 (실명은 인용하지 않는 조건의) 백그라운드 브리핑도 열렸기 때문에 현안의 배경과 경과를 설명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54년 창립된 SFCC는 현재 100개 언론사 300여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한다. 호리야마 회장은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에 애정이 깊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 표현하는 그는 30년이 넘는 기자 생활 중 7년을 서울에서 한반도를 취재하며 보냈다. 호리야마 회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기자회견과 간담회에서 연속적으로 정부가 자의적으로 언론을 선발하는 상황에 대해 SFCC 이사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회원사에 보낸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달 27일의 정세균 국무총리 기자회견에서도 연속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선발되지 못한 회원사 입장에선) 정부로부터 두 번에 걸쳐 무시당한 셈이 됐고 불만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호리야마 회장은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건 정부와 미디어의 긴장 관계는 있기 마련이고, 그 긴장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그러나 ‘정부 주최 회견이니 정부가 취재 매체를 결정하겠다’라는 태도였기에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비교적 홍보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소통 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외신엔 질문 기회가 너무 없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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