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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日 스가, 이번엔 큰아들 공무원 불법 접대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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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위성방송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장남이 관련 인허가권을 쥔 총무성 고위 간부들을 접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日 주간지, 스가 장남 '불법 접대' 의혹 보도 #위성방송 회사 근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 #"의혹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권에 치명상"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왼쪽 단발머리의 남성이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 씨다.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왼쪽 단발머리의 남성이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 씨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4일 발매 호에서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正剛) 씨가 지난해 10∼12월 네 차례에 걸쳐 총무성 고위 간부들과 회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세이고 씨는 위성방송 사업 회사 '도호쿠신샤(東北新社)'의 미디어사업부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총괄부장을 맡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회식에 참석한 총무성 간부들은 올해 여름 총무성 사무차관 승진이 확실시되는 다니와키 야스히로(谷脇康彦) 총무심의관, 요시다 마비토(吉田眞人) 총무심의관(국제담당), 위성방송 등의 인허가에 관여하는 아키모토 요시노리(秋本芳德) 정보유통행정국장 및 부하 직원들이다.

이들이 만난 곳은 1인당 음식값이 4만엔(약 42만원)이 넘는 도쿄의 고급 음식점이었고, 회식이 끝난 후 세이고 씨가 총무성 간부들에게 선물과 택시 이용 티켓이 든 봉투를 건네는 모습까지 사진에 찍혔다.

이 자리가 '청탁 목적'의 자리였는지,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식과 관련해 위법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스가 총리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밴드 출신' 장남, 아버지 비서로도 일해 

슈칸분슌에 실린 사진 속에서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세이고 씨는 스가 총리의 세 아들 중 첫째다. 청년 시절 음악에 빠져 밴드 활동을 했고, 스가 총리는 종종 주변에 큰아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잡지에 따르면 1차 아베 내각에서 총무상으로 처음 각료가 된 2006년, 스가 총리는 이십 대 중반인 큰아들을 자신의 비서관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세이고는 비서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이후 스가 총리는 자신의 후원기업이었던 도호쿠신샤에 아들을 취업을 부탁했다. 도호쿠신샤의 창업주는 스가 총리와 같은 아키타(秋田)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호쿠신샤는 스타 채널, 바둑·장기 채널, 더 시네마 등 위성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채널은 총무성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된다. 회사 관계자는 슈칸분슌에 "(세이고의) 직함은 엔터테인먼트 부장이지만, 실제로는 총무성과의 연결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총리의 둘째, 셋째 아들은 도쿄대·호세이대 등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나는 전혀 모르는 일"    

이들이 만난 작년 12월은 5년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스타 채널의 재승인 심사가 있던 시기였다고 슈칸분슌은 전했다. 또 도호쿠신샤가 주력 사업으로 꼽고 있는 4K 방송 승인 갱신 등을 앞두고 있었던 때이기도 하다. '총리 아들'이 참석한 이 자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가 총리는 3일 밤 이번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총무성에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총무성은 이번 만남에 위법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일본 국가공무원윤리법에 따른 윤리규정에는 이해관계자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접대를 받아서는 안 되며, 각자 비용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1회 1만엔(약 10만 6000원)이 넘는 경우 사전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번 회식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슈칸분슌의 취재가 시작되자 사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호쿠신샤 측은 이에 대해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회사 직원들이 총무성 분들과 회식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공무원윤리규정을 배려했으며 도호쿠신샤는 이해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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