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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이겨낸 101세 노모…70대 아들 울린 '커다란 벽'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7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옆 응급실. 뉴시스

지난해 12월 7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옆 응급실. 뉴시스

“젊은 사람도 투병하다 죽는 코로나19인데…어머니가 이겨내신 거죠.”

아들은 연신 “다행”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코로나19로 42일간 투명하다 퇴원했다. 모자의 재회는 기적이었다. 어머니는 1920년생, 101세였다. 70대인 아들 A씨는“병원에서 ‘어머니가 강단이 있으시다’고 했다”며 “건강이 많이 망가지셔서 돌아오셨지만,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집단감염이 속출했던 경기도 부천의 효플러스요양병원 환자였다. 코로나19 확진 후 지난해 12월 24일 인천 가천대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지난 2일 퇴원했다.

'최악의 이별' 피한 101세 어머니와 70대 아들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가족들은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을 졸였다. 워낙 고령이라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라면 ‘비보’를 전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A씨는“‘최악의 이별’은 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려운 치료 과정을 잘 견뎌주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 여생은 편안하시길 기도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아들 A씨도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하면 ‘항아리(유골함) 하나만 받는다’고 하잖아요. 임종도 못 보고 보내드릴 거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팠는데 이젠 돌아가신다면 아버지 옆에는 묻어드릴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코로나19라는 무서운 감염병을 두려워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진료한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완치됐지만, 전원 거부당하기도  

1월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어르신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뉴스1

1월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어르신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뉴스1

가족들은 어머니의 완치를 반기면서도 착잡했다고 한다.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머니가 코로나19를 겪은 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기억력도 나빠지고, 의사소통이 힘들어졌다”며 “새로 간 요양병원에서 욕창이 심각한 상태라며 등을 보여주는데 ‘어르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생각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퇴원 직전에는 또 다른 고비를 만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있는 요양병원 환자이다 보니 격리가 해제되어도 그를 받겠다고 나서는 병원을 찾기 힘들었다. 가천대길병원에서 퇴원이 결정됐으나 그날 가기로 한 한 병원은 막판에 전원을 거부했다고 한다. A씨는 “다섯 형제 중 막내가 64세다. 가족들도 나이가 많고 어머니 건강이 워낙 안 좋아 집으로 모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머니가 갈 병원을 찾느라 맘고생을 많이 했다. 온 식구가 온종일 병원을 찾으러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다행히 부천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

한 요양병원. 뉴스1

한 요양병원. 뉴스1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린 뒤 격리해제가 되더라도 다시 돌아갈 요양병원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있었던 한 요양병원의 의료진은 “격리 해제된 환자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환자나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분한 마음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전화를 걸어오는 가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이 집단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자를 안 받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 때문에 국가가 나서 격리해제 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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