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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제재 땐 중국 밀착…신경쓰이는 바이든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0월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과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행 장군. [AFP=연합뉴스]

2018년 10월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과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행 장군.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미국은 주동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쓸 수 있는 미얀마 제재 카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얀마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세계화 전략인 일대일로 정책이 교차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중국이 양국 틈새 파고들면 난감

출범 10여일 만에 벌어진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바이든 행정부의 고심이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버마에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아웅산 수지와 다른 민간인 공직자를 구금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로 전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버마 군부가 권력을 즉각 포기하고, 구금한 운동가와 관료를 석방하고, 모든 통신 규제를 해제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자제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제재에 관한 법률과 권한을 즉각 검토할 필요가 있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얀마가 민주화에서 진전을 보였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제재를 해제했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2012년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2년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전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 성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백악관과 국무부 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쿠데타로 규정할 경우 미국은 해외지원법(Foreign Assistance Act)에 따라 미얀마에 제공하고 있는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이 법은 "군사 쿠데타나 명령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된 정부 수반이 축출된 국가에 지원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미얀마를 제재하고 관계를 단절할 경우 미얀마가 중국에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바다와 접하지 않은 본토 서남부 지역에서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얀마를 '일대일로' 정책에 포함시켰다. 무역과 에너지,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를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쿠데타 후 중국 외교부가 "중국은 미얀마의 친근한 이웃"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를 부과할 경우 고립된 미얀마는 중국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고, 이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해 바이든은 역내 민주주의 동맹이 미얀마에 대한 대응에 함께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국제사회는 버마 군부를 압박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버마 국민 편에 서는 나라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압박에 함께 나서는 나라가 어디인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 지역과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미얀마를 옛 이름인 ‘버마’로 지칭하고 공식 명칭인 미얀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군부가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승인받은 국호인 미얀마를 거부하고 버마로 부르면서 군부를 규탄하고 국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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