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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투자자들은 왜 국내 거래소 상장을 불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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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파커’s Crypto Story]거래소 수익의 대부분은 거래 수수료이며, 스테이킹 서비스 등을 통해 일부 수익이 발생한다. 상장은 거래소가 외부 심사 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해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 물론 상장피는 받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 코인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인터뷰 과정에서 복수의 국내 주요 거래소가 공통적으로 답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거래소들이 대외적으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힐 때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왜일까요.

# 투자자 “공정한 상장 심사 주장, 믿기 어려워”

취재 결과 투자자들의 의견은 비슷했습니다. 거래소가 정한 상장 기준을 믿을 수 없고, 수익원에 수수료만 포함되거나 다른 수익은 있더라도 극히 미미하다는 것도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A 투자자는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투자자 입장에서거래소의 상장 기준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명확한 상장 프로세스가 있다고 해도 외부에서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은 크게 미흡한 것이 크다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B 투자자의 이야기는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거래소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거래소는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상장 브로커들이 버젓이 일하고 있다. 이전부터 그랬지만 특정인이 전면에 등장하는 프로젝트들이 더 상장이 잘되는 현상은 2021년까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상장 기준이 공정하다는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프로젝트의 건전성을 많이 보는 듯한 상장 심사 기준을 갖추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 잠깐만 봐도 미비점이 나오는 프로젝트를 상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C 투자자의 경우에는 상장 코인 가격 펌핑과 관련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상장 코인의 경우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동반할 때가 많다. 100%대의 급등을 보이는 상장 코인은 아주 흔하고, 1000%대의 급등을 보이는 코인도 종종 나온다. 이는 단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와 매도세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거래소 “상장 관련 논란,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증거”

그렇다면 거래소의 입장은 어떨까요. 같은 주제를 주요 거래소 관계자들에게도 던져봤습니다.

이와 관련 A 거래소는 “거래소 유착 관련 의혹을 없애기 위해 외부 심사 업체와의 협업을 하고 있는 등, 최대한 많은 검토를 통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프로젝트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B 거래소 역시 큰 틀에서 A 거래소와 비슷한 답변을 했습니다. B 거래소는 “역설적으로 거래소가 시장에 일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문제 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상장 프로젝트에게 우리 거래소 혹은 제 3자 커스터디 활용을 권고하여 유통량 투명성 제고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정한 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내부통제 및 거래행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공지사항 및 공시제도를 통해 프로젝트가 2차시장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소가 거래행위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 고유의 특성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은 발생한다. 유가증권시장과 같이 합법적 시장 조성자 제도 등 가격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거래소 자체적으로 함부로 거래행위를 제한하는 정책을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C 거래소의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거래소는 원칙적으로 플랫폼만 제공하는 입장이다. 여러 상장 코인에서 볼 수 있는 급격한 가격 변동성 현상 등도 오히려 프로젝트에 개입하면 안되니까 나타나는 것이다. 상장 기준 역시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거래소 내부에서는 일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여러 차례 검토도 거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확대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D 거래소는 “상장 기준은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사업 시작단계에 있는 신규 프로젝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 거래소에 있어 투자자 보호란 상장 기준 강화보다 교육 콘텐트를 통해 투자자들이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대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수수료 외에도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나 담보대출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금융 상품을 준비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도권·사업자·투자자 삼각편대 사이에서 합리적 제도 구축돼야… 해결책은?

이처럼 거래소 상장 이슈에는 제도권·사업자·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제도권 입장에서는 아직 개정 특금법조차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규제를 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특금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상장 이슈 등은 여전히 처리하기 곤란한 문제입니다. 특금법은 자금세탁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업권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권법만 합리적으로 정착이 되어도 많은 투자자들이 의혹을 품고 있는 거래소 상장 관련 이슈가 상당 부분 해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권에서 가장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투자자 보호를 업권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셈입니다.

한편 거래소와 프로젝트 관계자로 대표되는 사업자들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규제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음을 아쉬워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주어진다면 업계 관련 의혹들도 털고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특히 규제 리스크 해소로 비즈니스 방향에 명확성이 생기면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등을 통해 지금과 같은 문제가 해소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장피 논란과는 별개로 많은 국내 거래소들이 유동성 및 수수료 확보를 위해 규모가 작은 신규 코인을 지속적으로 상장시키고 있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선 이를 신규 프로젝트 활성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코인이 문제가 많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해외 거래소로 넘어간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들의 비즈니스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인 탓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제도권에 요청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배경 앞단에서 업계의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업계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장 코인 불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인터뷰에 참여한 B 투자자는 “먼저 상장 관여 책임자의 실명을 프로젝트별로 공개하여 책임 소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신뢰할 수 있고, 거래소도 상장 기준 관련 의혹을 제대로 털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장 기준 체크리스트 결과와 사유를 공개하여 정당한 상장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약속한 기준에 대해서는 투명한 공개를 통해 실제로 지키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코인 상장 이후에 일어나는 ‘유의 종목 지정’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유의 종목 지정은 극심한 가격 변동이나 상장 폐지 우려가 있는 코인에 대해 투자자 경고 차원에서 거래소가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유의 종목 지정 과정에서 입출금 정지가 발생해 이른 바 ‘가두리 펌핑’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거래소에 공정성이 확립돼야 한다”며 “유의종목 지정이 팀 물량 또는 고래 물량 펌핑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상장폐지는 유예기간 없이 신속하게 진행하고 상장폐지 후 출금을 길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제도권·사업자·투자자 모두를 관통하는 요소는 명확성과 투명성 확립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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