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1심 의원직 상실형…법원 “12분 인턴 말이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강욱

최강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53·사진) 열린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한 법원이 아들의 입시에서도 비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국 아들 허위 인턴 확인서 혐의 #법원, 징역 8월에 집유 2년 선고 #9개월간 일한 시간 16시간 불과 #열린민주당 “판사 탄핵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8일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된 최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 아들은 이 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모두 합격했다.

정 판사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법무법인에서 실제 인턴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턴 확인서에 따르면 조 전 장관 아들이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동안 법무법인에서 일한 시간은 16시간에 불과했다. 정 판사는 “16시간이 9개월간의 누적 합계라면 1회 평균 12분 정도”라며 “사무실 등 어느 곳에서든 12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오랜만에 조 전 장관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정 판사는 최 대표가 허위 서류가 대학 입시에 쓰일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봤다. 정경심 교수가 최 대표에게 “서류를 잘 받았고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최 대표가 “그 서류로 합격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이 서류가 “연·고대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판사는 “조씨가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학과에 지원하는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하기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대학원 입학 담당자이나 입시 공정성 훼손 행위,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지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대표는 자신이 기소된 지난해 1월 23일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 시기였다는 점을 들며 검찰의 ‘보복 기소’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판사는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환 요구를 했지만 최 대표가 응하지 않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있었다”며 검찰 인사 일정이 최 대표의 방어권 행사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에 대한 입시 비리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부는 딸 조민씨의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 부부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또 최 대표 명의로 된 인턴 확인서의 인장 부분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 붙인 뒤 출력하는 방식으로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의 폭주를 견제할 기관으로 법원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생각하게 한다”며 “즉시 항소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민주당은 최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자 ‘법관 탄핵’을 거론하며 재판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