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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풍년’인데 수익 0원…축제 취소에 어민들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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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23일 강원 춘천시 춘천호 상류인 서면 오월리 얼음벌판에 관광객들이 빙어를 잡기 위해 텐트를 설치한 모습. 이날 얼음벌판에는 200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렸다. 박진호 기자

지난 23일 강원 춘천시 춘천호 상류인 서면 오월리 얼음벌판에 관광객들이 빙어를 잡기 위해 텐트를 설치한 모습. 이날 얼음벌판에는 200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렸다. 박진호 기자

지난 23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 내수면. 어민 김춘수(57)씨는 올해 들어 빙어를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가 소양호에 쳐놓은 그물 5개에는 빙어가 가득했다. 하지만 주문이 없어 며칠째 빙어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매년 겨울이면 빙어축제와 인근 식당 등에 1t에 가까운 양의 빙어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취소되고 관광객의 발길도 끊기면서 판로가 완전히 막혔다.

어업이 생계수단인 인제지역 주민 #빙어축제 취소되고 식당 공급 끊겨 #예년의 3분의1 가격에도 안 팔려 #낚시꾼 몰려 불법주차까지 기승

김씨는 “매년 겨울 3개월간 빙어를 팔아 생긴 1000만원 정도의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축제 취소로 타격이 크다”며 “수입은 없고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는 있어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소양호 상류에서 내수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제지역 어민들이 겨울 축제 취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인제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매년 1월에 열던 빙어축제를 일찌감치 취소했다. 1998년에 시작해 하루 최대 2만 명이 찾는 인제 빙어축제는 2011년 구제역, 2015년 극심한 가뭄, 2016년 이상 고온 등으로 세 차례 축제를 열지 못했다.

앞선 세 차례 축제 취소 땐 그나마 식당에 빙어를 공급하면서 어렵게 버텼다. 하지만 이번엔 식당에도 손님이 없다 보니 팔 곳이 없는 상황이다. 32년째 내수면 어업을 해온 김종태(68·인제군 남면 신남리)씨는 “우리 마을 어민 20명이 공동작업을 해 납품을 하는데 올해 팔린 빙어는 20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빙어는 종전에 1㎏당 1만2000~1만50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는 1㎏당 4000~5000원에 팔리고 있다. 현재 겨울철 소양호에서 빙어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내수면 어민은 60여 명. 이들 대부분은 이번 겨울 1000만~2000만원 정도 소득이 줄었다.

인제 빙어축제와 같은 겨울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갈 곳을 잃은 얼음 낚시꾼이 몰려 불편을 겪는 마을도 있다. 이날 춘천호 상류인 춘천시 서면 오월리 얼음벌판에는 어림잡아 200명가량이 빙어를 잡고 있었다. 이 지역은 최근 몰려든 관광객이 왕복 2차로에 불법 주차를 하면서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민원이 빗발치자 춘천시는 주말에도 단속반을 편성해 불법 주차 단속에 나서고 있다.

반면 “실외 자연 낚시터는 거리두기가 가능한 만큼 방역수칙과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가족 4명이 빙어 낚시를 온 이모(50)씨는 “집에만 있으니 너무 답답해 음식까지 준비해 오랜만에 당일치기 여행을 왔다”며 “10m 거리를 두고 8인용 돔 텐트를 설치한 뒤 낚시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지하철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것보다 안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실외 자연 낚시터는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같은 영업제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출입을 못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춘천지역은 하천법상 낚시금지구역으로 설정된 곳도 없어 단속이 아닌 계도만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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