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민변 공수처' 안 만들겠다" 약속에도…갈 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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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가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2의 검찰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수사기관’으로서 모습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 차장과 검사 인선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재현될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차장·검사 인선 놓고 충돌 예고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법사위, 공수처장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가 판사, 변호사 등 법조 경험은 있으나 수사 경험은 거의 없어 전문성에 우려가 있다”며 부적격 의견을 담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김 후보자를 정식 임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수처장 임명으로 당장 공수처를 가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차장 1명을 비롯해 공수처 검사 23명, 수사관 40명 등을 인선해야 한다. 김 후보자도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온전하게 수사할 수 있는 수사체로 완성되려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수처 차장, 검사 인선도 순탄치 않을 듯

인선의 첫 단계인 차장 임명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공수처법상으론 공수처장이 15년 이상 법조계 경력자에서 차장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야당은 전날 청문회부터 차장 임명과 관련해 청와대 추천이 있었는지 등을 김 후보자에 집중 추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차장 인사에 대해 인사 제청권을 확실하게 행사해 거부할 용의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장의 차장 임명 제청권을 공수처법 조문에 나와 있는 대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선발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공수처 검사는 법조 경력 7년 이상 인사를 대상으로 인사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선발 전에 인사위원회가 먼저 꾸려져야 한다.

인사위원회 구성 과정부터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인사위원회는 당연직으로 참가하는 공수처장‧ 차장과 함께 처장 추천 1명,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이 참여한다.

야당이 자기 몫 인사위원 추천을 지연할 가능성도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의중을 이미 내비쳤다. 공수처 검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과 같은 친정부성향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공수처법 통과 및 공수처장 후보위원회 구성 과정에서의 파행이 재현될 수 있다.

지난 14일 윤호중 법사위원장(왼쪽부터),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산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계획서를 의결했다. 뉴스1

지난 14일 윤호중 법사위원장(왼쪽부터),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산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계획서를 의결했다. 뉴스1

공수처 검사, 검찰총장 중복 지휘권 논란도

장제원 의원은 공수처 인사위원회 구성 시 야당의 위원 추천이 늦어질 경우 5명으로 인사를 강행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연히 야당 위원님들이 협조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렇다면 강행할 이유도 없다”며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말씀하시는 '민변 공수처'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공수처 검사의 법적 신분도 여전히 논란이다. 국민의힘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청법상 검사라고 본다. 향후 공수처 소속 검사에 대한 중복 지휘 논란이 일 수 있다. 영장 청구권 문제도 있다. 야당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검사가 영장 청구권을 갖는 게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헌법에 검사라고 쓰여 있으나 군검찰관이나 특검도 청구권이 있다”며 “다수의 논문은 공수처법 취지에 비춰 청구권이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라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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