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文 유화 메시지, 바이든 시대 북·미 관계 개선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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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현안에 대해 그간의 강경 기조와는 다른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19일 일본 언론들이 "미국 바이든 정권 출범과 맞물려 북·미 관계 개선에 일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바이든, 북한과 대화에 끌어내기 위해 日 필요" #모테기 "평가 어려워, 구체적 제안 있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요미우리 신문은 전날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판결 이후 조치에 대해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는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위안부 판결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문 정권의 최우선 과제인 대북 융화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을 들었다.

한국 정부 내에는 북·미 비핵화 회담이 좌초한 원인 중 하나로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북한과 마주 앉도록 설득하기 위해 대일 관계 개선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또 "문재인 정권은 7월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것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일본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문 대통령이 그동안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남북 및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이번 회견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사를 밝힌 것은 한·일의 올림픽 협력을 향한 마중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납득할만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한국 정부가 매입한 후, 이를 다시 일본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소송 원고의 일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어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한국 정부가 이들을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북한 핵 문제, 미·중 관계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사안은 늘고 있다면서 "일본도 외교적인 지혜를 짜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일본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 [AFP=연합뉴스]

18일 일본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 [AFP=연합뉴스]

한편 일본 정부는 19일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면서 "한국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를 보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한국의 자세 표명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보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나라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수년 한국에서 국제 약속이 파기되고 양국 합의가 실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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