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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불신 "영업제한 풀었다 확진 늘면 또 바뀌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대 식당이 점심시간이지만 텅 비어 있다. 김지혜 기자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대 식당이 점심시간이지만 텅 비어 있다. 김지혜 기자

“영업시간 연장해서 확진자 또 늘어나면, 그 다음은?”(순댓국집 주인 최모씨)

“매번 오락가락해서 화가 난다.”(2층짜리 커피숍 사장 강모씨)

“우리는 지금 ‘번아웃’ 상태다.”(코인노래방협회 관계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15일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는 것이었다. 9시로 제한됐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조정안이 예상되고 있었지만, 식당 업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족발과 순댓국 등을 24시간 판매하는 식당 주인 최모씨는 “월세만 1000만원인데 매출이 70% 떨어졌다. 힘들어서 미칠 지경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영업시간 연장하고 집합제한 풀어서 확진자 또다시 늘어나면 그다음은요?”라면서 정부의 완화 조치에 불신감을 나타냈다.

최씨는 “오후 9시 넘어서도 영업하게 해주면 저희야 당장은 좋겠지만 완화된 조치로 인해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예 조치를 더 강화해 확산세를 확 잡고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제대로 마련해주는 게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완화 예고에도 시큰둥

이날 기자가 만난 식당·커피숍·미용실 등 집합제한 업소의 업주 10여 명은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본다고 했다. 16일 발표되는 조정안은 ‘오후 9시 이후 식당 내 취식금지 해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유지’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주들은 조정되는 영업시간과 인원에 대한 제한보다 코로나 확산세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개별적 조치에 대한 수위를 조정하더라도 확진자가 늘면 어차피 또 바뀔 조치가 아니냐”면서다. 이어 “거리두기 방침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미 일시적·단편적 방침으로 혼란을 겪어서 근본적인 방역대책으로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았다. 2층짜리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이미 거리두기 지침과 관련해선 업종별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사각지대도 많다는 게 드러났다”며 “초유의 사태라 감내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번 기준 없이 오락가락 눈치보기식 행정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지금까지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 이런 식으로 나눠서 지원금을 줬는데 별 도움도 안 된다”며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뉴질랜드처럼 차라리 이런 비용을 초반에 자영업자들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주고 강력한 셧다운을 시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업종 프레임 반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헬스장 문이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헬스장 문이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그동안 업장 문을 열지 못했던 집합금지 업종은 방역 조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오는 18일부터 이용 인원을 면적당으로 제한해 운영할 수 있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합금지 업종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 등의 후유증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박주형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연맹 대표는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발표가 날 때마다 고객들의 환불 요청이 뭉텅이로 들어왔다”며 “방역수칙 완화 정도와 상관없이 고위험군 업종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과 터무니없는 지원 정책에 대해 목소리 내는 차원에서 시위 등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완화조치에도 형평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밀폐시설인 노래방의 경우엔 영업제한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 내부에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아름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홍보국장은 “일단 내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용에 따라 추후 행보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지금 힘이 다 빠진 ‘번아웃’ 상황”이라고 전했다.

“희망고문 대신 세밀한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거리두기와 같은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 방안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두 달여간의 거리두기 개편안은 실효성·적용가능성·형평성·수용성을 갖추지 못한 실패한 전략”이라며 “감염병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지금 ‘1~2주만 참으면 좋아진다’는 희망고문 대신 현장 의견을 반영한 보다 세밀하고 멀리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거리두기 조정 방안과 관련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가장 지혜로운 결론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대본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생활방역위원회 회의를 거쳐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확정해 이를 16일 발표한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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