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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봉합 안 된 서울시향 내홍…서울시의회, 강은경 대표 징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 건의안을 검토한다. 지난 2015년 박현정 전 대표이사와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이에 빚어진 갈등과 관련, 이후 사건을 주도했던 직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징계를 건의한 김소영 서울시의회 의원은 14일 “관련 직원들이 검찰 기소됐는데도 서울시향은 징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성추행·인사 전횡” 허위 의혹…직원 5명 명예훼손 기소

지난해 6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온라인 생중계 콘서트에 앞서 서울시향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온라인 생중계 콘서트에 앞서 서울시향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서울시향 대표에게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직원들은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을 언론사 등에 제보하고 박 전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라도 팔아라”며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고 내규를 변경해 인사 전횡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향 직원 10명은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017년 6월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사건의 목격자가 돼달라”며 직원 간 청탁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경찰이 불기소 처분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여성 직원을 손가락으로 찌른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약식기소(벌금 300만원)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박 전 대표를 고소한 10명의 직원 중 곽모 씨는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 박 전 대표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다만 고의로 무고하지는 않았다고 판단돼 형사책임은 면했다. 당시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인인 구순열 씨가 ‘곽씨를 고소인으로 섭외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서울시향 직원에게 보내는 등 배후설도 제기됐지만, 구씨가 조사에 불응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소영 의원, “일부 직원, 처벌 커녕 승승장구” 비판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제5대) 대표이사. 신인섭 기자.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제5대) 대표이사. 신인섭 기자.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소영 의원은 “사건을 주도했던 직원이 여전히 서울시향 내부에서 승진은 물론 주요 보직까지 맡으며 승승장구해왔다”며 “이런 현상은 강 대표이사가 부임하며 더 도드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2019년 7월, 사건 관계자인 현직 직원 3명이 검찰에 기소됐고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여전히 강 대표는 처벌을 차일피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시향에 대한 시의회의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연말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점이 지적됐다. 김 의원은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인사위원회에서 안건을 검토해야 하는데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직원들의 입김에 대표가 좌지우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운영규정 등 내규를 스스로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개인 송사일 뿐…1심도 선고 전”

지난 2014년 사무국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인사전횡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가 허위로 판명, 무죄 선고를 받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뉴시스]

지난 2014년 사무국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인사전횡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가 허위로 판명, 무죄 선고를 받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뉴시스]

그러나 박종선 서울시향 경영본부장은 “해당 사건은 어디까지나 직원들 개인의 송사일 뿐 재단과 연관이 없다”며 “관련 직원 중 일부는 이미 시향을 그만둔 데다 재단 측에서 소송 진행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지도 못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징계 대상자가 형사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1심 선고 전까지는 징계절차를 유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서울시향 내부 상벌규정 제17조)도 이유로 제시된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에 대해 막연히 덮어두는 것이 문제 해결이 아닐뿐더러 이 경우, 차기 대표에게까지 처벌 책임이 넘어가는 부담이 생긴다”며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 문화본부 역시 그 어떤 변화도 없다. 사태를 해결하지 못 하는 책임을 똑같이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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