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348명 무기계약직 전환 연기"…경남교육감 "의견 듣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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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방과후 학교 자원봉사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사진 경남교육청

14일 방과후 학교 자원봉사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사진 경남교육청

경남도교육청이 방과후 학교 자원봉사자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박종훈 교육감 14일 긴급 기자회견 #19일 면접 연기하고 의견 수렴 #'백지화나 공개채용' 등 가능성 열어둬 #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며 “더욱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9일로 예정된 ‘방과후 학교 전담인력’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면접을 잠정 연기한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 폐지, 공개 채용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의견을 듣겠다"며 "의견 수렴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며, 대안을 다시 내놓겠다"라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어 “15일 교육부장관을 만난다"며 "다른 교육감과 도지사 의견이나 교직단체, 노조 이야기도 들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많은 학부모가 원하는 방과후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교사가 방과후 수업 부담을 덜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게 학교 현장의 당면 과제였다”며 “지난 6년간 노력해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어 방과후 학교 자원봉사자를 전담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남교육청은 지난달 24일 일선 초등학교에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를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으로 바꿔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방과 후 학교 코디’로도 불리는 자원봉사자는 그동안 방과 후 학교 관련 서류 작성, 학생 출결 점검 등 방과 후 담당 교사들이 하던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보조원 역할을 한다.

 경남교육청은 그동안 자원봉사자에게 주 15시간 미만의 업무를 맡기고 교통비와 식비로 하루 3만원, 월 60만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이들 자원봉사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지난해 초부터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근로자로 일하니,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면접 등을 거쳐 자원봉사자 348명을 오는 3월 1일 자로 주 40시간 일하는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신분이 전환되면 처우도 크게 개선된다. 현재는 1인당 월 60만원(총예산 21억원) 정도를 받았지만, 교육공무직이 되면 기본급 180만원(총예산 83억원)과 급식비 14만원이 나온다. 또 4대 보험료와 퇴직금, 각종 수당도 받는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348명 중에는 지난해 8월에 자원봉사자로 채용돼 3개월 만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교육청이 지난해 9월 1일 자로 현황 파악을 한 것이어서 9월 1일 이후~10월 사이에 채용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7월 3명, 6월 2명, 5월 6명, 4월 4명이고 나머지는 3월 전후에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사진 경남교육청

박종훈 경남교육감. 사진 경남교육청

 이에 교육공무직 시험을 공부하던 취업준비생들은 반발했다. 경남교육청은 2019년부터 교육공무직을 공채로 선발하고 있다. 정년퇴직 등 결원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하소연이다. 이달 경남도교육청의 교육공무직 242명 채용에 2143명이 몰려 평균 8.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창원 학부모지원 전문가 채용 경쟁률은 93대 1로 가장 높았다.

 한 교육공무직 취업준비생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 채용이라는 제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편법적인 행정행위를 통해 채용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다”며 “이런 식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면 공채제도는 왜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 고문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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