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중단하니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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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의 증가폭이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됏다.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의 증가폭이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됏다.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의 증가 폭이 반토막 났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은행권의 신용대출 중단 등의 영향이다. 반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988조8000억원)은 전달보다 6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10조6000억원)과 11월(13조7000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신용대출 큰 폭 하락…금융규제 영향

가계의 은행권 대출 증가폭이 크게 낮아진 이유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가계의 은행권 대출 증가폭이 크게 낮아진 이유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건 것은 큰 폭으로 줄어든 ‘기타 대출’이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 대출의 경우 지난달 전달보다 400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10월(3조8000억원)과 11월(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급락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적용된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객이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으면 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2월 기타대출은 상여금 유입 등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지난해에는 신용대출 관리방안이 시행되고 대출증가세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려는 은행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11월보다 증가 폭이 상당히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정부규제에도 증가 폭 유지 

신용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등의 주택매매와 전세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신용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등의 주택매매와 전세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신용대출을 제외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 6조3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10월(6조8000억원), 11월(6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등에도 전국적으로 아파트 등의 주택매매와 전세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8만9000호로, 전달(6만7000호)보다 2만2000호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자금 수요가 늘면서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도 지난해 11월(2조3000억원)과 12월(2조8000억원) 각각 전달보다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단대출 취급이 둔화했지만 전국 주택매매와 전세자금 관련 수요가 늘면서 전달에 이어 상당 규모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계절성 요인으로 하락세…자영업자 대출은 소폭 증가

지난해 12월 기업과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계절성 요인 등으로 일제히 줄어들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뉴스1

지난해 12월 기업과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계절성 요인 등으로 일제히 줄어들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뉴스1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이 연말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대출을 일시 상환하는 등의 계절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기업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원이 줄어든 17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도 전월보다 6000억원이 줄어든 80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전월(3조9000억원)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은행권의 지난해 연간 대출 규모는 1년 전보다 100조5000억원 늘면서, 증가 폭으로는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 대출은 32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또한 통계 집계 이후 한해 늘어난 규모로는 최대였다.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0조3000억원 늘며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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