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3주 앞두고 공매도 재개? 여당선 “화약고 같은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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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사상 첫 3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이 여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현재 시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다.

금융위 “공매도 금지, 3월15일 종료” #민주당 “표심은 물론 주가에도 영향” #동학개미 이면엔 심각한 가계부채 #금지 연장과 재개 놓고 신중론 커져

코스피시장 개인 순매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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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특정 주식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용하는데,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16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는 국내 주가의 성장판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던 지난해 상반기,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우려에도 국내 주식을 저가에 쓸어담았다.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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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12일 민주당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기관투자가들에 유리한 제도로 알려진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우려도 커진다. 공교롭게도 공매도 재개 시점(3월 16일)은 4·7 재보선을 3주 앞두고서다. 민주당 내부에선 “공매도 문제는 표심은 물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약고와 같은 이슈”(정무위 관계자)라는 말도 나온다.

이날 민주당에선 금융위원회의 전날 공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잡혀 있는 제삿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정책의 지속·연계의 문제인데 날짜만 다시 확인한 건 무책임하다”(박용진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다. 특히 공매도 재개 여부를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사안은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불안해하는 문제”라며 “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 금지 연장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물론 공매도 금지 연장과 재개를 놓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법 개정과 당국의 공매도 개선 노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동학개미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고 본다’는 결론이 나면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매도 이슈에 유난히 고심이 깊은 것은 ‘동학개미’가 주도해온 상승장 이면에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숨어 있어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대비 100.6%였다. 이는 미국(81.2%)이나 선진국 평균(7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최근엔 가계 빚과 투자액이 동시에 급증하는 양상도 보인다. 가계가 빚을 내서 마련한 돈이 국내·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는 의미다.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증시에 거품이 껴 있다면 언젠가 하락할 텐데, 그게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에 따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자칫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향후 글로벌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가 감당 가능한가도 중요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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