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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넘치는 상가, 부족한 주택…시장에 답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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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장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장

여당이 상가 임대료 멈춤 법을 발의했다.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돼 매출이 급감하는 경우 임대료 부담이 공정하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물음에 대한 후속 조치다. 소상공인에게 재난 구휼 차원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겠지만, 이를 민간에 대한 규제로 해결하려는 입법은 논란거리다.

상가는 공급 과잉 대책부터 내고 #주택은 수요에 맞게 공급 늘려야

더 심각한 문제는 상가의 공급 과잉이다. 온라인 구매와 택배로 산업 생태계가 급변했지만, 신규 택지 개발에서 상업용지 공급 비율은 기존 지침을 답습한다. 분양중심으로 공급은 계속되고, 도심의 주상복합 건물에서 상가비율은 적정 수요를 넘어선다. 상가를 임대하고 임차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과잉 공급의 책임과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소상공인에게 영세한 구조를 개선하고 지원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공공의 책무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고려한 상가 용지와 건물에 대한 공급 기준 변경과 넘쳐나는 빈 상가의 용도 전환을 포함한 활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임차인이 어려워지면 임대인도 곤란을 겪는다. 임대인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임대료 감액 또는 무임처리하는 무상임대, 도배나 실내장식 비용 지원, 임차인의 매출과 연동하는 임대료 방식 등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장의 대응이다. 민간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답을 찾는다.

주택문제는 상가와는 반대로 수요가 급증한 곳에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4회 대책으로 국토의 대부분을 규제로 묶었지만, 공언했던 주택시장 안정은 아직 요원하다. 패착의 출발은 공급이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5년 전 주택 인허가 물량이 정점을 찍은 시점에 공급량 감소는 훤히 보였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는 주거 공간을 확대해 혁신의 전진기지로 삼고자 하는 동안 서울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지난 20년간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오히려 낮추고, 역세권 등 도심개발에는 도시관리 차원에서 제한을 가했다. 뉴타운 사업은 취소되고, 재건축은 초기 단계부터 규제가 강화돼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누가 봐도 공급 부족은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글로벌 도시의 공간 변화는 스마트 성장이라는 사조로 대표된다. 시간과 교통 비용을 절약하고 외곽으로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환경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복합과 수직·고밀을 지향하는 압축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젊은 층의 도심과 역세권 선호는 증가하고 시니어 계층은 살던 곳에서 노년을 보내려는 경향이 더욱 커졌다. 1인 가구가 39%나 될 정도로 가구 숫자도 증가하면서 도심 수요가 예전과는 판이하다.

결국 도심의 주택 수요를 읽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 문제다. 공급을 보는 시각은 3기 신도시 개발에서 보듯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수요 변화를 무시해온 대가는 혹독하다.

규제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공공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으로 요약된다. 공공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온 변창흠 신임 장관이 제시하는 대안도 공공 주도의 도심개발, 재개발·재건축, 공공임대주택 확대다. 핵심은 시장에서 작동하느냐 여부다. 도심개발과 재개발·재건축은 대부분 민간 영역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규제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민간시장의 정상화 없이 안정은 없다. 공공 임대주택조차도 품질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택가격의 안정 없이 임대주택의 선호는 늘지 않는다.

공공의 힘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 변화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정확한 공급 방향의 설정을 통해 민간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보조해야 한다. 이젠 제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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